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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Jul 30. 2023

프로야구 직관을 가는 이유

야구팬이라면 혼자 가도 충분히 즐거워...

무더위와 장대비가 공존하는 여름에도 야구장을 직접 찾아 경기를 관람하는 야구팬들의 열기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실 야구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중계방송을 보는 것이 더 낫다. 다양한 상황을 느린 화면과 리뷰 영상과 함께 해설을 들으면서 보는 게 이해하기도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야구장 가까운 동네에 사는 것이 아니라면 왕복하는 시간도 2~3시간이 소요되는 건 기본이고, 원정 경기라면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고, 숙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야구 관람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볼 수 있지만 영화 관람료와 비교하면 훨씬 비싸다. 한마디로 직관을 가려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든다.  


그런데, 굳이 왜 많은 야구팬들은 기꺼이 직관을 갈까? 물론 현장에서 경기를 생동감 있게 관람하기 위해서라는 본연의 목적도 있지만, 시원한 맥주와 함께 치킨, 피자, 삼겹살 구이 등을 먹는 즐거움, 신나는 응원가를 따라 부르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아드레날린을 분출하기 위해서 가는 분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야구팬들에게는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에 야구장만한 곳이 없다.


내가 야구장 직관을 다니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중후반이었다. 당시에는 야구장 분위기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지금은 친구, 연인, 가족 단위로 오는 관중이 많지만 당시에는 남초 그 자체였다. 관중석이 1만 5천 석이라면 1만 3천여 명은 남자였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야구장 분위기도 삭막하고 상황에 따라 살벌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당시에도 소지품 검사가 있긴 했지만 생수병에 소주를 담아 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관중석 흡연도 일반적이었다.

승부처에서 병살타나 맥없는 뜬공이 나오거나 무사만루 찬스를 날려버리면 여기저기서 욕설이 터져 나왔고, 응원석의 관중들 대다수가 담배에 불을 붙여 순식간에 시야가 뿌애지기도 했다. 에티켓이고 매너고 그런 것 자체가 없던 열악한(?) 야구장이었음에도 왜 그리 야구장에 가면 즐거웠는지… 응원팀인 LG 트윈스는 1994년 우승을 했고, 1995년에도 좋은 성적이었다. 1998년에도 가을야구 티켓이 있는 걸 보니 그해에도 꽤 잘했었던 것 같다.


2000년 들어서는 일이 바빠져서 야구장 직관을 갈 엄두도 내지 못했고, 그러다가 싱가포르에서 생활하면서 한동안 야구장 갈 기회가 없었다. 2014년부터 다시 야구를 보기 시작했고, 직관도 가게 되었다. 거의 2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야구장 분위기는 달라도 너무 많이 달라져 있었다.

90년대까지는 관중들이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문화가 없다시피 했는데 다시 찾은 야구장 관중들의 상당수는 다양한 종류의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모습이 생소했다. 남자 관중들로 꽉 찼던 야구장에 여자 관중들도 거의 절반 정도는 차지하는 것 같았고, 온 가족이 찾을 수 있는 오락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야구를 볼 수 있는 인천 문학구장의 BBQ존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야구장을 혼자 다니는 나로서는 뻘쭘하게 느낄만한 순간이 있었지만,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투철한 편이어서 식당에서 혼밥,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 보기도 거뜬한데 야구장 가는 것쯤이야 난이도가 매우 낮은 편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즐긴다. 야구팬들 중에서도 야구장을 혼자 가는 것을 쑥스러워하는 분들도 꽤 있는데 직관팬들은 놀라울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으니 걱정 붙들어 매고 망설일 필요 없이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뻥 뚫린 파란 하늘, 푸른 잔디를 3시간 넘게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힐링이 되는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신나는 응원가를 부르다 보면 어느새 다음 직관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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