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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Dec 10. 2022

달려라 자전거

기분이 울적할 때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산에 오르는 것만큼 좋아하는 것이 자전거 타기다. 등산복, 등산화를 갖추지 않고 산에 오르듯이 쫄쫄이 같은 복장을 갖추지 않고 그냥 편한 옷차림으로 자전거를 탄다. 작은 마트는 걸어서 갈만한 거리에 있지만 대형 마트와 채소를 사는 곳은 1.5~2.0 km 쯤 떨어진 곳에 있어 걸어가기에도, 차를 타고 가기에도 애매한 거리여서 자전거를 즐겨 이용한다.

며칠 추워진 것 같다가 다시 영상으로 기온이 올랐길래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 갔다. 간식으로 먹을 고구마 2kg 4천 원어치와 파프리카 4개 2천 원 득템을 하고 돌아서려는데 귤 5kg 한 상자에 8천9백 원이길래 마저 사서 자전거에 실었다. 짐을 잔뜩 실어서인지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다 보니 본의 아니게 운동을 제대로 했다. 상자로 산 귤을 열어보니 멍든 놈, 터진 놈 하나 없이 모두 탱글탱글 잘생겼다. 올 겨울 들어 처음 산 귤을 까서 입에 넣어보니 새콤달콤 귤 맛이다.   

나는 어릴 때 자전거 타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시도는 했던 것 같은데 크게 넘어진 후 포기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지 못하다가 몸이 삐그덕대는 나이가 되서야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소설 『정글만리』를 읽다가 자세한 내용은 잊었지만 중국 서안 성벽 어딘가를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대목을 보고 문득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신경은 없지만 겁도 없어 그런지 나이 들어서 배우는 자전거였지만 생각보다 금세 터득했다. 넘어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꺾으면서 타면 된다는 아버지의 간단한 조언을 따르다 보니 반나절만에 자전거 타기에 성공했다. 아니 이렇게 간단히 탈 수 있는 걸 그동안 못 탔던 건가 허무해지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배운 자전거지만 전에 살던 동네는 자전거 타기에 적합하지 않아서 거의 타지 못하다가 이사 온 동네는 공유 킥보드보다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훨씬 많이 보일 만큼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 매우 유용하게 타고 있다.

늦가을까지 자전거 타면서 단풍잎과 은행잎의 화려한 풍경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기분이 울적하고, 복잡한 일이 있을 때 훌쩍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면 그만한 기분전환이 없다. 바람을 맞으며 타는 자전거의 즐거움을 한겨울에는 누리기 힘들겠지만, 오늘처럼 포근한 날이면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러 나갈 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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