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려면

공감은 정도껏, 미련은 떨쳐버릴 줄도 알아야…

by Rosary

사람들은 누구나 성격의 장단점이 있다. 그런데 어떤 성향은 장점이면서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내 성격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꼽자면 무엇을 선택하든 선택하지 않은 다른 것에 크게 미련을 두지 않는 것이다.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거고,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다. 삶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지는 비결이랄까.


‘인맥(人脈)’을 중요시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내가 걱정스러울 것이다. 나도 한때는 친구가 많았고, 명함 관리를 중요시하고 주기적으로 약속을 잡고 만남을 이어가면서 소위 인맥관리를 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소원해지고, 더 이상 만나지 않아도 되는 관계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걸 알게 되니 인맥관리에 시간을 쓰는 게 아깝게 느껴졌다.


인맥관리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과연 내 삶에 긍정적인 영향만 있었는지 돌아보았다. 불필요한 만남을 이어가면서 에너지를 소모하느니 차라리 내 정신건강을 돌보고 나에게 투자하는 게 남는 장사가 아닐까 싶었다. 집안 살림은 미니멀하게 만들지 못해도 연락처를 미니멀하게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고 더 이상 인간관계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지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헤르만 코흐의 소설 『디너』에 결혼 생활에 대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지금 갈라서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서일 테고, 그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을 읽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책을 절반쯤 읽고 나면 그동안 읽은 게 아까워서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을 붙들고 있듯이, 그녀 또한 세르게 옆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 장에서 그동안의 손실을 단번에 만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설을 읽을 때 나 역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중간쯤 읽다 보면 짜증이 나서 더 이상 읽기 싫을 때가 있는데 정말 그동안 읽은 게 아까워서 꾸역꾸역 끝까지 읽다가 마지막에 허무해하거나 분노하면서 책장을 덮은 기억… 한 권의 책 읽기에 투자하는 시간이야 고작 하루 이틀에 불과하니 그나마 큰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이 인간관계가 되면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다른 글에서 언급한 적 있지만 10년, 20년 넘은 친구가 영 아니다 싶을 때 그동안 그 친구와 쌓아온 시간과 역사가 아까워서 관계를 이어가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고 이해가 되는 한편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전에 알던 친구는 이러지 않았는데 지금 내 앞에 있는 친구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어도 사람들은 예전에 그 모습이 진짜 모습이고 변해버린 모습에 대해서는 지금은 사정이 좋지 않아서, 힘들어서…라고 애써 감싸는 마음으로 대하면서 인간관계를 이어가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아무 걱정과 근심이 없을 때 그 사람의 진짜 본성이 드러날 수 있을까? 사람이란 모름지기 어려울 때 본모습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 꼬이거나 틀어져서 사람을 대한다면 그 사람은 본디 그런 사람이라고 판단해도 틀리지 않다고 본다. 상황이 좋아지면 괜찮겠지, 나아지겠지라고 믿는 건 매우 안일하고 편리한 생각이다.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지만, 나빠질 수도 있는 것이고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입장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제삼자가 개입해서 반전을 이끌어낼 수 없다.


단지 오래된 친구 거나, 사랑했던 사람, 혹은 가족이라고 해도 그의 본모습과 마주하고도 부정하고 외면한 채 그를 구원(?)하겠다고 나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를 종종 본다.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지만 구할 수 있는 건 다른 문제다. 요즘 ‘공감능력’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이지만 공감(共感)은 어디까지나 느낌이고 기분이다.


경우와 도리에 어긋나는 사람이라면 억지로 관계를 이어가기보다 거리를 두고 정리할 줄 안다면 삶이 편안하고 단순해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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