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와 이스라엘 교전 소식을 접하고…
간밤에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와 이스라엘의 교전으로 양측 사상자가 최소 4천 명에 육박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여기에 헤즈볼라(레바논 무장정파)까지 가세하여 교전이 확장되는 양상이라고 하니 걱정이 되었다. 간혹 국제뉴스로 전해지는 이스라엘 소식은 대부분 이런 전쟁 관련 소식이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이스라엘은 나에게 특별한 추억이 있는 나라다. 6년을 살았던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해외에서 거주했던 기간이 가장 긴 나라가 이스라엘이기 때문이다. 2004년 12월부터 2005년 1월까지 무려 두 달(?)이나 머물렀으니 여행으로 보기에도 꽤 긴 기간이었고, 살면서 이방인으로 살아간 최초의 나라가 이스라엘이었다. 해외여행의 첫 번째 나라가 이스라엘이라고 하면 다들 성지순례 갔겠구나 짐작하지만 전혀 아니다. 기독교 신자도 아닌데 이스라엘이 해외여행 첫 번째 나라가 된 것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원래는 7개월 정도 배낭여행을 계획했고, 동남아시아에서 1개월 정도 여행을 한 후 중동으로 넘어가는 일정이었는데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여권분실이라는 희대의 불운으로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여권을 가져간 놈에 대한 심증은 있고, 물증은 없는 상황이었는데 암튼 임시 여행증명서로 나머지 여행 일정을 강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방콕의 우리 대사관에서는 귀국을 권했다. 할 수 없이 귀국을 했고, 다시 여권을 만들어서 한 달 만에 출발하게 되어 동남아시아를 건너뛰고 두 번째 여행지인 이스라엘로 향한 것이다.
동남아시아 여행을 마치고 한숨 돌리기에는 이스라엘 키부츠가 꽤 좋은 선택지였는데 돌발상황으로 첫 번째 목적지가 된 것이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데다가 이스라엘이 매우 작은 나라여서 여행지로서 설레는 바도 없었고, 유대인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있었기에 큰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두 달 동안 지낸 이스라엘은 여행지로서 굉장히 매력이 있는 나라였다.
일단 지중해에 면하고 있어 12월, 1월이었음에도 굉장히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였고, 자연경관이 아름다웠고, 기독교인이 아님에도 성지순례는 매우 흥미진진했으며, 유대인과 무슬림이 공존하는 나라여서 양쪽 문화를 경험하는 재미가 상당했다. 내가 머물렀던 북쪽 나하리야는 해변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었고, 에브론 키부츠는 규모가 아담하고 열명 남짓의 봉사자가 머물러 가족처럼 지낼 수 있었다. 가까운 곳에 한국 주재원이 주말마다 여행을 시켜주기까지 해서 더할 수 없이 즐거운 추억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이스라엘 곳곳을 다니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웨스트뱅크로부터 이스라엘 지역을 구분하기 위해 콘크리트로 높이 8m의 장벽을 세운 걸 볼 때마다 엄청난 위화감을 느꼈고, 테러 위험 때문에 기차를 타거나 맥도널드에 갈 때조차 가방검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으면서 내가 엄청나게 위험한 나라에 있다는 걸 절감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꺼리는 직업이 이런 가방 검사를 도맡는 경비인데 언제 어디서 폭탄이 터져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해서 섬뜩했다.
2006년 레바논 전쟁 당시 폭격으로 에브론 키부츠가 초토화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알고 지내던 키부츠 사람들이 무사하기만 기원했다. 이스라엘을 다녀온 지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그곳의 상황은 언제나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 이스라엘 건국부터 폭탄을 들고 시작한 거나 다름없으니 상황이 좋아질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잊을 만하면 외신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소식을 접할 때마다 평화롭기만 했던 이스라엘 여행이 떠올라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