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코넬리의 주름진 얼굴에서 발견한 아름다움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내가 젊었던 시절, 외적 아름다움의 정점을 찍었던 배우들이 그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후에도 여전히 스크린에서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 감격스러울 때가 있다. 심지어 고마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해 <탑건 : 매버릭>에서 톰 크루즈의 연인으로 등장한 제니퍼 코넬리가 그런 배우다.
1970년생 제니퍼 코넬리는 데뷔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1984>에서 누들스(로버트 드니로 분)의 첫사랑 데보라의 아역으로 출연해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창고에서 발레를 하다가 카메라를 응시하는 열세 살의 제니퍼 코넬리는 누들스가 한눈에 반하는데 더 이상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였다. 말 그대로 사람인지 천사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순수한 아름다운 소녀 제니퍼 코넬리는 20대 초반 아름다움의 절정에 다다른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미모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에 소모되면서 외모 전성기를 마감해서 안타까웠다.
30대에 접어든 제니퍼 코넬리는 예전의 얼굴을 기억하는 관객에게 다소 낯선 모습이라 당황스럽기도 했다. 신비스러운 초록색 눈동자는 여전했지만, 뽀얗고 갸름하던 얼굴이 살이 빠지면서 하관이 길어지고 각이 지면서 남성적인 인상을 풍기게 되었고, 그녀의 여리여리하고 청순한 모습을 사랑하던 팬들은 역변한 제니퍼 코넬리에 크게 실망해서 팬심이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제니퍼 코넬리의 배우 인생은 30대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뷰티풀 마인드. 2001>에서 천재 수학자의 든든한 조력자 아내 역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다. 이후 <헐크. 2003>, <블러드 다이아몬드. 2007>등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간다.
그리고 지난해 <탑건 : 매버릭>에서 변함없이 멋진 몸매와 매력적인 눈빛, 고혹적인 연기를 펼치며 중년 여배우의 매력을 맘껏 과시했다. 남자 배우들은 40대 이후에도 “와인론”이 설득력 있게 와닿는 반면 여자배우들의 경우에는 흔히 속된 말로 “갔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4050 여배우들이 여전히 무대 한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시술과 성형으로 본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이들도 있어 안타깝다.
배우에게 외모적 자산은 매우 중요하고, 어떤 배우에게는 절대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의 젊음이라는 것은 정말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리즈 시절 아무리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했고, ‘관리의 신’ 수준으로 자기 관리를 한다고 해도 50대 이후에는 외모 경쟁력에 기댈 생각은 버리는 게 현명하다. 5060이 되어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한 얼굴을 내세우며 동안을 뽐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부자연스럽기만 할 뿐 결코 아름답지 않다. 관객은 그들이 '노화'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보다 '진화'를 쟁취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나이에 어울리는 주름진 얼굴과 푹 꺼진 뺨을 가졌어도 대체불가의 존재감을 뿜어내는 배우의 얼굴에서 관객은 아름다움이 진화하였음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