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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Oct 29. 2023

가짜뉴스이길 간절히 바랐던 그날밤

다른 나라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던  일

국제뉴스를 챙겨보는데 지난 해 10월 1일 인도네시아 칸주루한 축구 경기장에서 아레마 FC가 홈에서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에 2:3으로 패하자 분노한 아레마 팬들이 경기장에 난입하여 불을 지르고 경찰 장갑차를 공격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고, 이를 진압하던 경찰이 살포하는 최루가스를 피하기 위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관중들이 한 곳에 몰리면서 압사사고가 발생, 34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뉴스를 보고,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는 생각을 했고, 단지 축구를 보러 갔다가 흥분한 일부팬들의 난동 때문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게 된 사람들과 그 유가족들은 얼마나 기가 막히고 황망할까 안타까워했었다. 그 뉴스를 접했던 많은 사람들이 한 달도 되지 않아, 우리나라 서울 한복판에서 더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벌어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살면서 핼러윈 인파를 실감했던 건 십수 년 전 싱가포르에서 생활할 때, 지인들과 함께 가볍게 맥주나 한잔 하기 위해 클락키에 갔는데 거리에 쏟아져 나온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목격했을 때였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살펴보니 온갖 가면을 쓰고, 요란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고, 바로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놀러 나온 인파들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재미있게 꾸미고 나온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에 긴장을 풀고 즐거운 저녁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나야 핼러윈데이라면 호박등 만들고 아이들이 사탕 받으러 다니는 날 정도만 알았던 터라 얼떨결에 재미있는 구경을 한 거였지만, 그냥 하루 신나게 즐기기 위해 놀러 나온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놀러 나갔다가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추모 분위기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태원이 문제였던 걸까, 핼러윈데이가 문제였던 걸까, 대체 뭐가 문제였는지 모르겠다.  누구나 하루쯤 신나게 놀고 싶은 날이 있고, 핼러윈데이라는 이벤트에 맞춰서 놀러 간 것뿐이다. 심지어, 코로나로 인해 2년 넘게 사람들이 모이는 건 금기였고, 그 시기에 대학에 들어간 젊은이들은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할 상황이 아니었다. 


2022년 10월 29일 밤 9시 무렵부터 포털과 커뮤니티에서 이태원에 인파가 엄청나서 걱정스럽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10시가 넘어서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졌고,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망사고 소식을 보면서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서 과장된 소문이겠지, 가짜뉴스겠지 싶었는데 11시 이후에 보던 프로그램 자막에 이태원 압사 속보가 뜨기 시작했다. 


그날 밤 유튜브, 커뮤니티에는 현장에서 뒤엉켜서 쓰러진 사람들과, 응급조치를 하고 있는 구급대원들의 모습, 심지어 사망한 시신의 모습까지 여과 없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도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사망자 수는 열명 내외에 그치겠지 싶었지만 최종적으로 무려 159명이 그 좁은 이태원 골목길에서 생을 마감했다. 

생명은 모두 귀하고 경중을 논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심각한 인구 감소 시대에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꽃다운 젊은이들을 한꺼번에 잃은 것은 애통하고 아까운 일이다. 10월 26일 KBS 다큐 인사이트 '그날의 기억'은 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 한,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꿈꾸는 미래도 다양했던 젊은이들의 생전 모습을 담아냈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도 있었고, 원하는 회사에 취업해서 희망에 부풀었던 신입사원도 있었다. 하루아침에 스러져버린 밝고 빛났던 청춘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시렸다. 

10월 29일(오늘) 저녁8시10분 KBS1TV 재방송 [이태원 참사 1주기] 159명의 희생자와 생존자들의 ‘그날의 기억’ ㅣ KBS 다큐인사이트 - 이태원 23.10.26 방송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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