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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서 만나는 조선왕조실록

소중한 기록의 가치를 만나다.

by Rosary

2박 3일의 짧은 휴가를 숙소에서 게으름을 피우면서 근처 산책만 해도 만족스러웠지만 막상 돌아오는 날이 되니 섭섭해서 가볼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저녁 기차라서 시간이 넉넉해서 점심 먹고 오대산 월정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조선왕조실록박물관을 가보기로 했다. 월정사 전나무숲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평창이 시원하다고는 하나 한여름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2.5km를 걷다 보니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름보다는 가을, 가을보다는 겨울에 오면_무거운 짐 없이_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발길을 돌려 조선왕조실록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 입구 연못에 흐드러지게 핀 연꽃이 한창이라 여름여행의 보너스가 되기에 충분했다. 연꽃 구경을 한참 한 후 아담한 박물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학창 시절 국사 단골 문제였던 “다음 중 조선왕조실록 사고가 아닌 것은?”에 보기로 등장하는 바로 그 오대산 사고가 월정사였던 것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되었던 오대산사고본은 90년대 후반부터 반환이 추진되었고, 2006년과 2017년 실록을, 2011년 의궤를 국내로 환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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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환수 후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온 실록과 의궤는 2023년 11월 오대산에 설립한 실록박물관에서 소장, 관리하게 됐다. 성종, 중종, 선조, 효종 실록과 고종-명성왕후의 결혼 과정을 묘사한 가례도감 의궤 등 귀한 서적들을 직접 관람할 수 있다. 관람객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임진왜란 이후 1606년 강원도 오대산 사고가 설치된 후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국가 중요 기록물들이 보관되기 시작했다. 사고를 지키는 수호군, 주기적으로 책을 꺼내 바람에 말리는 포쇄(暴曬)에 관한 설명도 흥미롭고, 300여 년을 지켜온 소중한 왕실 기록이 일본에 반출되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은 속상한 한편, 감동적이기도 했다.


평창여행이나 오대산 등반을 계획하는 분들이라면 조선왕조실록박물관도 잊지 말고 들려보시길 추천한다.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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