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2

멀지 않은 미래, 인류는 종말을 맞이할 것인가.

by Rosary

연말에는 방송사마다 정규 프로그램을 결방하고 각종 시상식을 저녁 시간 내내 하기 때문에 오히려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을 때가 많다. 어젯밤, 리모컨 서핑을 현란하게 하는 도중 영화 채널에서 “두둥 둥둥둥~” 가슴이 웅장해지는 인트로 음악을 듣고 홀린 듯이 동작을 멈추었다. 1991년 7월 여름을 강타했던 <터미네이터 2>가 막 시작한 것이다. SF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90년대 초반 개봉한 <터미네이터 2>와 <블레이드 러너>는 정말 좋아했다.


6년 간 싱가포르에서 생활하면서 ‘terminate’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여러 상황에서 자주 쓰는 단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물건이나 서비스의 사용기한이 끝났을 때 주로 사용한다. ‘expire’도 쓰지만 - 영알못이라서 설명하기 힘들지만 - 뉘앙스가 미묘하게 다르다. 사람이 죽거나, 기능이 멈췄을 때 ‘terminate’를 쓰면 그렇게 슬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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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2>를 처음 봤을 때는 불사조 같은 T 1000이 너무 무서웠다.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은 많지만 T 1000 같이 압도적으로 무서운 악당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T 1000을 통쾌하게 한방 먹이는 장면은 온갖 액션 장면이 아니라 존 코너가 집에 전화를 걸었을 때 집에서 키우는 개 이름으로 양부모를 가장한 T 1000 임을 알아차리는 장면이었다. 제아무리 변신술에 능한 파워 인공지능 로봇이라고 해도 제 놈이 산타할아버지도 아닌데 모든 것을 알고 있을 리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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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포영화보다 SF 영화에서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은 두렵고 무섭다. 공상과학이라고 하지만 “공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이 되는 걸 목격하고 있으니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CC)는 2050년 이전에 북극의 빙하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28년이 채 남아있지 않다. 지금의 속도로는 훨씬 빨리 얼음이 사라진 북극을 볼 수 있을 것이고, 시간차는 있겠지만 남극 역시 마찬가지 운명에 처해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전쟁으로 지구 종말 위기에 처하지만 현실에서는 2050년 이전 빙하가 사라지면 970개 도시 16억 명의 인류가 폭염과 해수면 상승에 의해 끝장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절망적 상황에 대한 체험버전이 올여름 미국과 유럽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올해 6월 기온이 섭씨 48도를 돌파했고, 여름에도 서늘해서 에어컨 구경하기 힘든 영국 런던은 7월 기온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섭씨 40도, 스페인은 섭씨 45.7도를 기록했다. 전 세계가 폭염, 가뭄, 홍수로 몸살을 앓은 2022년이었다.


먼 미래로만 여겨졌던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 최대의 위기가 코앞에 닥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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