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바람이 미세먼지를 쓸고 갔으면...
추위와 미세먼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위를 선택하지 않을까. 몇 년 전만 해도 겨울이면 미세먼지 때문에 몸살을 앓았지만 코로나 영향 때문인지 겨울철 미세먼지가 주춤한 듯 했는데 오늘은 시야를 가릴 지경으로 미세먼지가 심하다. 날씨가 풀려서 등산을 여유 있게 할 생각이었지만 전혀 그럴만한 대기질이 아니어서 하루종일 집에 머물렀다.
그래도 살 게 있어서 잠깐 외출을 해야 했는데 요즘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 코로나가 아닌 미세먼지 때문에 황사용 마스크를 찾아 외출할 때 쓴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집을 나서자 눈이 따갑고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답답한 공기가 콧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어제처럼 오늘도 비라도 내렸으면 조금 덜했을 텐데 공기질이 정말 최악이었다.
몇 년 전 호찌민에 갔을 때 밀려오는 오토바이들 사이로 길 건널 때 느꼈던 답답함이 떠올랐다. 호찌민에 가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호찌민의 쌀국수와 커피가 맛있긴 해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끝이 보이지 않는 오토바이 행렬이 일으키는 매연과 먼지바람일 것이다. 그 속을 걷고 있노라면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오늘 2개의 택배를 받으면서 택배기사분들이 며칠전까지는 추위 속에 고생하시더니 오늘은 미세먼지 때문에 고생하시겠구나 싶어 괜히 송구한 마음이다.
지난 3년은 코로나 때문에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주춤했는데 잊었던 미세먼지에 대한 답답한 기억이 소환되자 코로나 종식과 함께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하루종일 따뜻한 물과 차를 마시면서 답답한 기운을 몰아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다. 추운 겨울에도 환기를 자주 하는 편인데 오늘은 창문 열기가 꺼려진다.
새해 들어 첫 주말인데 전국이 미세먼지 속에 갇혀서 보내야 한다는 예보를 들으니 찬바람을 동반한 동장군이 기승을 부려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아차, 가스와 전기 요금이 크게 오른다니 이건 아닌 것 같다.
그저 미세먼지를 끌고 갈 정도의 비와 바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