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목욕탕

흔하고 평범해서 잊고 있었던 만원의 행복

by Rosary


십수 년 만에 사우나에 갔다. 원래 찜질방, 사우나, 온천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내 의지로 갔던 건 손에 꼽을 정도고, 10여 년 전 제주도 여행에서 산방산 게스트 하우스에 묵으면서 가봤던 게 마지막으로 기억한다. 중년이 되면 대부분 사우나를 좋아들 하는데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게 답답하고 견디기 힘들다. 그런 내가 사우나를 간 건 도무지 나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겨울철 피부 질환 개선에 도움을 받아볼까 싶어서였다.


검색해보니 가까운 곳에 꽤 규모가 있는 사우나가 있었다. 오랜만에 가니 괜히 낯설고 쭈뼛거리게 된다. 그래도 사우나에 입장하니 몸이 노곤노곤한 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생각보다 뜨겁지 않고 땀도 나지 않아서 내 몸이 잘못된 건가 싶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니 모공이 좀 열리고, 땀도 나기 시작했다. 사우나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목욕실에 들어갔더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어서 놀랐다. 요즘 누가 대중목욕탕을 가나 싶었는데 그런 생각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구나…


아파트 위주의 주거문화가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대중목욕탕은 사향사업이었다. 찜질방형 대형 목욕탕이 성공을 거두는가 싶었지만 코로나 시국으로 직격탄을 맞아 30~40% 이상 폐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욕탕이 성업하는 것을 보니 엔데믹이 실감 나기도 했다.


사우나는 돈이 많이 들지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사람에 따라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않는데 그동안 머릿속에 떠 올려본 적 조차 없다. 피부 문제가 없었다면 단언컨대 사우나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추운 겨울의 사우나는 참 매력이 있구나. 이번 겨울에는 몇 번 더 사우나를 가게 될 것 같다.


사우나에 다녀오니 온몸이 노곤하고 잠이 쏟아졌다. 잠이 든 줄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들었고 눈을 뜨니 저녁시간이 다 되었다. 이제야 사람들이 사우나를 왜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만원으로 이만한 힐링이 되는 게 뭐가 있을까 싶다. 이 겨울에 기분전환이 될만한 것을 찾았다는 게 반가웠다. 그것도 흔하디 흔한 평범한 사우나와 목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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