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Dawn

아직은 어둡지만 괜찮아!

by Rosary


학창 시절, 직장생활, 해외생활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잘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중년의 나이에 귀국하고 보니 취직하기도 어렵고, 창업하자니 수중에 가진 돈이 없어서 인생의 중요한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나이가 많다는 것도 핑계고, 재산이 없다는 것도 핑계에 불과하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번아웃 비슷한 게 왔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다가 벌써 2023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래전 SF 영화에서나 보았던 아주 먼 미래가 현실로 성큼 다가선 것이다. 기후 변화니, 에너지 위기니, 인구 절벽이니 하는 전 지구적 위기까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겠지만 나 하나를 구하려는 노력은 하는 데까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평생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서 존경스러웠던 엄마였지만 ‘인생 참 별거 아니다.’란 말씀을 자주 하셨다. 이 말의 의미는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 너무 아등바등 애쓰면서 살지 말라는 거였다. 많이 웃고, 재미있게, 신나게 뜻을 펼치면서 살길 바라는 조언이었다. 내 인생 전반기는 엄마가 부러워할 만큼 엄마가 바라는 대로 살았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했고, 여가도 즐기면서 살았고, 가족과 사이도 원만했고, 인간관계도 풍족했다. 삶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었다.


엄마의 영향도 있었지만 늘 현재에 충실하려고 했던 이유는 인생이라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건 물론이고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어느 날 갑자기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였다. 사회생활 하면서 알게 된 전도유망한 지인이 뜻하지 않은 병으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를 꽤 보았고, 사회에서 벌어지는 대형 참사가 있을 때마다 인생이 너무 허망하고 덧없이 느껴져서 미래를 기약하고 산다는 게 부질없어 보였던 것 같다.


20대의 나는 마흔 살의 나, 쉰 살의 나를 상상하기도 힘든 가상인물처럼 느꼈고 청춘이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훨씬 빨리 그 나이에 도달하고 말았다. 인생 후반기가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사람이 몸과 머리를 쓰면서 건강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는 길게 잡아봐야 60대 중반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노후준비는 커녕 현재를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팍팍한 상황인데 내게 남은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미래에 도착하고 말았지만 믿는 구석은 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단점이 있지만 그걸 상쇄할만한 장점도 있는 사람이라는 거다. 어려서부터 과하게 긍정적이었고, 어떻게든 길을 찾는 데는 재주가 있는 편이었다. 한마디로 잔머리가 발달한 편이다. 인생의 고비마다 플랜 B를 무섭게 가동해서 길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무엇보다 나는 나를 좋아하고 믿는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 않았나. 언제나 그랬듯 밝고 환한 길을 찾아낼 것이다.

keyword
이전 14화먹고 운동하고 청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