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모양의 삶을 원하나요?
제임스가 살던 모토 시티의 한 예쁘장한 주거단지의 스튜디오에는 풀들이 많았고, 마치 정원 같이 잘 짜여진 구조에 이런저런 모양의 수영장들이 몇 개고 달려 있었다. 무엇보다도 집마다 달려 있는 테라스는 유럽의 작은 마을을 연상시켰다. 그 테라스에 앉아 우리는 교촌 치킨을 시켜 먹고, 카레며 파스타며 담긴 접시와 함께 와인을 부은 글라스를 열심히도 옮겨 다녔다. 그곳에서 우리는 지나온 날들을 나누며 웃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원하는 삶의 모양에 대해 자주 나눴다. 결국 두 사람이 함께 하고자 할 때에는, 각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슷하다면, 둘은 손 잡고 사이좋게 서로 응원해 주며 함께 나아가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나에게는 자연 속에서 영감을 쓰고 담으며 살아가고픈 조각이 있었다. 제임스의 조각을 열어보니, 한 나라에 석 달, 또 다른 나라에서 석 달, 그렇게 세상을 여행하며 살아가고픈 모양이 나왔다. 사실 코로나 때 차려 둔 회사 덕분에 그의 회사는 이미 디지털 노마드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두바이와 나이로비 케냐에 베이스를 둔 회사지만 고객사들은 미국, 영국,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남아공 등으로 다양했다. 그런 서로의 조각을 나눌 때마다 난 안심이 됐다. 막, 한 사람은 반짝거리는 도시의 삶을 원하고, 다른 한 사람은 잔잔한 시골에서 자연 친화적인 삶을 원하는, 그런 극과 극의 조각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몇 번이고 나누다 보니 이제 제법 그 모양이 선명해졌다. 머릿속에 그려진 선명한 그림은 머지않아 현실에서 만나게 된다고 했다. 매일 아침 명상을 하며 난 맑은 도화지 위에 그것을 얹어 보기도, 어느새 눈을 감으면 아지랑이 처럼 떠오르기도 했다. 이내 적절한 시기에 난 퇴사를 결심하게 되고, 우린 그것을 정말로 한번 살아보기로 한다. 그 첫 번째 목적지는 이탈리아 밀란으로 정했다. 우리가 그리던 여정이 보기 좋게 시작종을 울린 거다.
나의 소원은 건강하게 나이 드는 거다. 자연에서 온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맛있고 건강한 음식 매 끼니 챙겨 먹고, 원하면 언제든지 자연 속을 마음껏 거닐고 또 헤엄치고, 자연에서 영감 받고, 자연을 닮은 맑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재치 있는 이들 곁에 두고 함께 웃으며 늙어가는 것. 매일 눈을 감고 그곳에 가 닿으면, 이조차 자연스레 나의 삶이 되겠지.
이탈리아에서 계속.
with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