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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빛 Aug 03. 2024

두바이의 보석. 올드타운 200% 즐겨내기

아직 진짜 두바이를 모르는 분들을 위하여

 

 

   여행지에 가서는 무작정 걷는다. 걸어야만 만날 수 있는 그 도시의 진짜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제주 살이를 시작할 무렵, 게스트 하우스에서 한 언니 분을 만났다. 그녀는 육지에서 차를 가지고 와 여행 중이었다. 차의 트렁크 속에는 작은 자전거도 하나 싣고서. 이후 제주 살이를 마치면서 느꼈던 것은 그녀가 진정한 여행 고수 였다는 거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기며 보는 그림같은 제주와, 자전거 위에 앉아 바람 타고 바닷가 마을을 가로질러 보는 낭만적인 제주, 그리고 꾹꾹 걸음을 옮기면서만 볼 수 있는 구석구석 동화같은 제주의 모습을 그녀는 모두 즐겨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당시 매일 자전거만 타고 다니던 나에게 재충전을 마치고 다시 육지로 올라가던 그녀가 전수해 주고 떠난 한가지 팁이 그거였다. 


  "자전거 너무 시원하고 좋죠. 그런데, 한번은 걸어봐요. 걸으면 또 보이는 게 많이 달라." 



  Friday 8pm, 고대해온 밤의 헤리티지 빌리지 산책. 알시프(Al Sheef) 지역엔 머리와 꼬리, 두 군데 주차장이 있다. 만보 수준의 걷기를 원할 때는 머리에, 그 이상을 원할 땐 꼬리에 주차를 하고서 걷는다. 이날은 두바이 커피 박물관이 있는 머리 쪽에 주차를 하고는 워쿄(Wokyo) 누들 숍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이는 부둣가를 따라 걷는 일정인데, 당신이 있는 계절이 두바이의 겨울(11월 - 3월)이라면 낮이고 밤이고 걷기에 행복만 할 것이고, 여름이라면 이 저녁 시간이 유일한 찬스다. 마즈미(Mazmi) 커피 집까지 부둣가를 따라 닿고 나면 자연스레 수크를 통과하게 되고, 여전히 부둣가를 따라가면 첫 번째 선착장이 나온다. 거기서 조금 더 걸으면 어서 와서 맛 보라는 호객 행위로 시끌시끌한 음식점가가 펼쳐지는데, 난 하필 여기가 늘 궁금했다. 탁 트인 부둣가의 테라스 석 이라니 분명 보석 같은 자리. 헌데, 지나다니는 행인들을 잡으려는 식당 직원들이 만드는 시장 같은 분위기는 또 부담스러운 거다. 그렇게 아쉽지만 싫은 척하며 지나쳐 온 게 몇 번이 쌓였다. 여태 우아함은 혼자 지켜 내왔지만, 오늘은 진짜 도시를 봐야 했다. 오늘만큼은 꼭 그곳에 앉아 보리라 마음 먹는다. 그 산만한 분위기 속에는 말로 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나를 당기고 있었다. 오늘은 용기를 내야 했다. ---


---  걷기 여행을 마칠 준비가 됐다면 첫 번째 선착장, 아직 맛있는 망고 주스를 먹을 힘이 남았다면 정답은 조금 더 떨어진 두 번째 선착장이다. 거리 한쪽에 마치 한국의 포장마차 같은 스트릿 레스토랑에 잠시 앉아 그 한 잔을 맛있게 즐겨내자. 그것이 당신을 머지않아 이곳으로 다시 데려와 줄거다. 주차장을 향해 크릭을 다시 건너는 길에는 1 디르함 짜리 낭만 동동배에 올라탄다. 낭만 없이는 현실 행이 다 소용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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