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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빛 Aug 03. 2024

중동에 스위스 한 스푼 얹으면, 오만 살랄라 여행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부터 현지 친구들은 살랄라(Salalah)를 마치 노래처럼 읊어댔다. 아랍에 오랫동안 살면서 아직도 살랄라를 안 가봤다며 그들은 나를 보고 놀라하곤 했다. 그럴때면, 도대체 그곳이 어떻길래? 하는 궁금증과 함께, 호수와 바다가 펼쳐진 아랍 안의 어딘가 정도로 미지의 그곳을 상상해보곤 했다. 알 아인의 오아시스 같은 특수한 지역도 있지만, 아랍 안에서는 당연 풀이 무성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나의 편견 때문이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잔디밭 위로 사람들은 돗자릴 깔고서 옹기종기 앉았다. 그것이 바다 곁이든, 안개 낀 산 중턱이든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마치 오직 중요한 건 자연이 주는 절경 하나뿐, 주어진 이 계절을 부지런히 즐겨내야 하는 특명을 받든 사람들처럼. 아이들은 차의 지붕 위로 얼굴을 내밀고 쏟아지는 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를 즐기고, 어른들은 아주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트렁크에서 돗자리며 담요며 접이식 의자를 꺼내 가져온 음식들을 그 위로 펼쳐낸다. 그들 위로 그어진 전깃줄마다 허수아비 새처럼 길 잃고 쓰러진 연들이 여기저기 걸렸다. 산과 들, 바다가 있고, 그 사이로 폭포와 계곡,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여기는 오만, 살랄라다.



  살랄라가 우리에게 추억이 된 것은 또 한가지, 둘다 아랍에서는 처음 해 본 글램핑이 있었다. 하타만 가도 글램핑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사실 사막에 텐트를 가져가 일박 하면 그만한게 또 없어서, 굳이 글램핑 시설을 이용할 필요성이 적은게 두바이 라이프. 헌데, 살랄라 숙소 검색 당시 이색 숙소로 글램핑 시설이 뿅 하고 나타나, 신이나서 눈을 맞댄 우리였다. 실제로 닿은 그곳은 마치 안개가 고고히 깔린 안개성. 숙소에서 함께 운영하는 카페가 마침 그 산 꼭대기에 유명한 방문지라, 오고가는 사람들로 글램핑 장은 꽤나 바빴다. 여름이라 벌레가 많아 울상이 됐지만, 빗소리며, 생기고 또 사라지는 안개 사이로 보이는 폭포며, 산신령이 돼버린 듯한 그 느낌은 또 살랄라의 장마철이라 가능했던 경험이리라. 기억 속에 스위스 플리트비체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봤던 물 색깔이 있었는데, 그걸 살라라의 그 폭포에서 다시 보게 될줄은 기대도 못했다.



  물론, 주변분들이 물으면 난 그냥 스위스로 곧장 가라고 말할 것이라. 살랄라의 정체를 실제로 봐야 했던건 나의 운명 같은 것이었다. 나의 그 오랜 친구들을 다시 만나면 나는 말할 수 있겠지. 네가 말한 그곳엘 나 다녀왔노라고. 그곳은 네말대로 참 굉장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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