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든 나비
호롱 호롱 숨 쉬는 불빛, 도시적인 반듯함 사이로 넘실대는 라이브 보컬의 흥과 여유. 어떻게들 알고 이렇게나 정성 들여 모여 앉아 있는 사람들. 통역 일을 하러 몇 번 와본 적이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공기가 흐르는 팬시한 동네의 이 호텔은 들어서는 입구부터 세련된 뉴욕의 어딘가가 떠오르는 곳이다. 장소마다 불러일으키는 이야기가 있다. 당시 어떤 구간을 지나고 있던 중이었는지, 그날 각자의 품속엔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지, 생생히도 우리의 첫 만남을 다시 속삭이게 만들던 리츠 칼튼의 한 레스토랑. ---
--- 그날 우리가 처음 만났던 호텔 안 수영장을 낀 그 식당은 딱 오늘의 이곳만 같은 바이브를 지니고 있었다. 너무 근사해서 긴장감을 더 부풀리는, 공간을 신중히 밝히는 불빛들로 그의 눈동자가 유난히 더 깊이 빛나고, 그는 차분히 내 이야기를 듣고 너그럽게 웃고 있던 그날로. 난 그의 취향을 보고 싶어 그가 자주 가는 단골집으로 날 데려가 달라고 말했었고, 마치 잘 짜인 영화처럼 그날로부터 난 그의 취향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관계학에 있어 브랜드라는 것은 서로를 알기 전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사인 같은 역할을 해낸다. 가볍게 넘기려 애썼지만, 두바이의 그 흔한 벤츠도 아니고 아우디도 아닌, 네모나게 딱 떨어진 흑설탕 같은 지프를 끌고 엑스포 숙소에 날 구하러, 아니 날 데리러 온 그를 난 알아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엑스포가 끝나고, 난 한국행 티켓을 포기하고서 그와 남기를 택했다. 그의 반듯한 공간에 정신없이 날갯짓을 연습하던 내가 날아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