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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빛 May 25. 2024

나의 영원한 밸런타인이 되어주겠니?

Dubai Opera

  

  여태껏 나의 삶에 그다지 아주 특별한 기억은 없는 밸런타인데이. 정말 마음에 드는 그런 꽃다발을 선물로 받아보길 시작한 것도 겨우 스물 후반이었다. 홀로 연말을 보내고 또 새해를 열면서 ‘아 올해 2월은 혼자 보내는 거구나’ 하고 마음을 내려놓게 될 무렵, 두바이 오페라에서는 인스타 광고를 열심히 돌렸다. 이토록 상업 광고에 감사했던 적은 없는데, 그 스토리는 길게도 울적할 수도 있었던 나에게까지 닿았고 공연은 내가 깡총이며 좋아할 만한 발레였다. 두바이 오페라에서 치러진 나의 대학원 졸업식을 아직 기억하지만, 그 유명한 곳에서 제대로 된 공연 한 번을 보지 못한다면 내내 아쉬울 일이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으니 나의 손가락은 이미 날 위한 선물로 티켓을 예매하고 있었고, 그렇게 난 새해부터 2월 만을 기다리는 소녀가 되어 하루하루를 보내온 게 틀림없었다.




  굵직한 붉은 커튼이 열리고, 무대 위로 사월의 흩날리는 꽃잎처럼 사르르 무용수들이 나타나 춤을 춘다. 그 모습은 마치 지난밤 화병 속 하나하나 꽂아둔 밸런타인 날 내게 온 그 분홍꽃들이 일어나 움직이는 것만 같다. 그러자 스폿 라이트 아래를 수놓는 그들의 동작들을 살펴보느라 바쁘던 눈이 이내 눈물을 터트리고 만다. 아름답다, 고요한 탄성을 내며 올라가던 나의 시선에 담긴 건 마치 톡 하고 조명처럼 켜진 그들의 미소였다. 마치 못 이룬 꿈이라도 있는 듯한 사연 있는 여인으로 보일까 두려워, 흐르는 눈물을 몰래 훔치지도 못하고 그것들이 다 흘러 마르길 기다려야 했다. 이유 모를 이 밤의 눈물은 나중에 집에 가면 내게 조용히 물어봐야지 홀로 다짐하며. 내 옆에는 밸런타인을 함께 보내려 앉아 있는 나의 연인이 있었지만, 그 역시도 내가 인터벌 때 고백하기 전까지 나의 눈물을 몰랐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푸욱 빠진 적이 있다. 사실 영화 보다 난 피츠제럴드의 소설책에 반해 역으로 영화를 두어 번 돌려봤을 거다. 많은 이들이 화려한 삶을 꿈꾼다. 나 역시 그저 평범한 그중의 한 명일 뿐이다. 화려한 인기 속에서도 외로워 이딴게 다 소용이 없다 느끼다가도, 정작 그 반짝이는 것 마저 없으니 내가 더 처량해 보여 싫은 것. 그러니 다 한번 누려보자 싶은 것. 그러려고 우리는 이 생을 선택해 이곳에 떨어져 있는 행운아 별들이 아닐까. 어쩜 영화에서 막 걸어 나온 듯 잘 꾸민 우아한 여인들과 아름다운 연인들. 그중에도 우리는 서너 줄 정도 앞에 앉아있는 한 커플을 꼽았다. 이틀 동안 이어지는 공연의 첫날이라 신사는 턱시도에 나비 타이까지 정중하게 맸고, 여인은 실크 슬립 드레스 위로 자연스럽게 말아 꽂은 번헤어에 드롭 이어링, 작은 시스루 장갑으로 딱 떨어지게 마무리를 했다. 오늘밤은 딱 개츠비의 파티에 와있는 기분이라 제법 마음에 든다.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 아니? 삶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위치가 극히 다른 두 주파수를 오가며 내 마음은 파르르 떨렸다.


  그래서 눈물이 난 거구나. 저기 밑에 있던 내가 여기 위에 있는 나를 만나니까 그동안이 너무 서러워서. 다시는 나 자신을 저 밑에 두지 않겠어. 오페라는 단숨에 나를 이곳 위로 꺼내 올려 버리고는 웅장한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난 내게 프로포즈를 건넨다.


나의 영원한 밸런타인이 되어 주겠니..

Would you be my Valen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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