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bai Opera
여태껏 나의 삶에 그다지 아주 특별한 기억은 없는 밸런타인 데이. 정말 마음에 드는 그런 꽃다발을 선물로 받아보길 시작한 것도 겨우 스물 후반이었다. 홀로 연말을 보내고 또 새해를 열면서, '아 올해 2월은 혼자 보내는 거구나’ 하고 마음을 내려놓게 될 무렵, 두바이 오페라에서는 인스타 광고를 열심히 돌렸다. 이토록 상업 광고에 감사했던 적은 없는데, 그 스토리는 길게도 울적할 수도 있었던 나에게까지 닿았고 공연은 내가 깡총이며 좋아할 만한 발레였다. 두바이 오페라에서 치루어진 나의 대학원 졸업식을 아직 기억하지만, 그 유명한 곳에서 제대로 된 공연 한 번을 보지 못한다면 내내 아쉬울 일이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으니 나의 손가락은 이미 날 위한 선물로 티켓을 예매하고 있었고, 그렇게 난 새해부터 2월 만을 기다리는 소녀가 되어 하루하루를 보내온 게 틀림없었다.
굵직한 붉은 커튼이 열리고, 무대 위로 사월의 흩날리는 꽃잎같은 무용수들이 나타나 춤을 춘다. 그 모습은 마치 지난밤 화병 속 하나하나 꽂아둔, 밸런타인 날 내게 온 분홍꽃들이 일어나 움직이는 것만 같다. 그러자 스폿 라이트 아래를 수놓는 그들의 동작들을 살펴보느라 바쁘던 눈이 이내 눈물을 터트리고 만다. '아름답다' 고요한 탄성을 내며 올라가던 나의 시선에 담긴 건, 마치 톡 하고 조명처럼 켜져있던 그들의 미소였다. 마치 못 이룬 꿈이라도 있는 듯한 사연 있는 여인으로 보일까 두려워, 흐르는 눈물을 몰래 훔치지도 못하고 그것들이 다 흘러 마르길 기다렸다. 이유 모를 이 밤의 눈물은 나중에 집에 가면 내게 조용히 물어봐야지 홀로 다짐하며. 내 옆에는 밸런타인을 함께 보내려 앉아 있는 나의 연인이 있었지만, 그 역시도 내가 인터벌 때 고백하기 전까지 내가 흘린 눈물을 몰랐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푸욱 빠진 적이 있다. 사실 영화 보다 난 피츠제럴드의 소설책에 반해 역으로 영화를 두어 번 돌려봤을 거다. 많은 이들이 화려한 삶을 꿈꾼다. 나 역시 그저 평범한 그중의 한 명일 뿐. 화려한 인기 속에서도 외로워 이딴게 다 소용이 없다 느끼다가도, 정작 그 반짝이는 것 마저 없으니 내가 더 처량해 보여 싫은 것. 그러니 다 한번 누려보자 싶은 것. 그러려고 우리는 이곳을 선택해 떨어져 있는 행운아 별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