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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빛 Sep 14. 2024

모든 것의 타이밍

 


---  정말 다른 다섯 사람이 한국 사회 안의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일정 시간을 보낸 것은 나라는 한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게 분명했다. 자유를 택한 남동생과 성실을 택한 언니 사이에 모와 도, 그 둘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분주했던 것이 나였으니까. 한 가지 분명한 건, 나는 타고난 모험가였다. 하지만 집안 분위기를 크게 거스르고 싶진 않았던 거지. 어릴 적, 모험을 다니느라 울타리를 넘다 치마가 찢어지고 턱이 쓸려도, 나 아픈 거 보단 나무랄 엄마가 두려워 옥상에 쪼그려 앉아 몇 시간을 고뇌했고, 주말 학교를 땡땡이치고 도시를 너머 좋아하는 가수를 보러 간걸 친구가 자기 엄마에게 들켜 우리 집까지 쪼로로 전화가 왔으나, 단호하게 “우리 딸은 그럴 리가 없다”며 되려 그녀를 이상한 사람이라 부르던 엄마의 모습을 보고 숨죽여 크게 감동하던 나였다. ---


--- 태풍 속에서 춤을 추던 사이, 어느새 나에게는 조카가 둘이나 생긴 것이다. 나 역시 엄마가 원했던 대로, 평범하게 나를 잘 눌러 담아 살았다면 지금쯤 같은 동네에 아이들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며 여전히 한 공동체로 잘 지내고 있었을까? 이십 대에는 남들과 다른 삶을 바랐던 것 같다. 하지만 평범함도 더는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 되고 나면 그것은 더는 평범한 게 아니다. "내가 바랐던 건 남다른 삶이 아니라, 오롯이 내가 되는 거였어." 돌아오는 여덟 시간 짜리 비행기에 앉아 나에게 속삭였다.



  아랍에 남아 글을 쓰겠노라 다짐하고는 하루 네 시간씩 앉아 쓰고 간혹 주어지는 번역과 통역을 하던 중, 매해 열리는 국가 행사 시즌이 왔다. 아부다비에 있는 한국 대사관을 통해 난 청와대 경호관 팀의 통역을 담당하게 됐다. 대사관 건물과 에미레이트 궁전을 오가며 손에 땀을 쥔 그 역할을 해내고 있는데, 두바이 총영사관의 한 포지션이 열렸다는 구인 소식이 들리는 거다. 휩쓸리듯 지원서를 내고 면접에 합격, 입사까지 과정은 마치 쓰나미처럼 이어졌다. ---


---  모든 것에는 타이밍이 있다고 했다. 내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첨벙 뛰어들 만한 어떤 또렷한 사건이 필요했다. 총영사관에서 보낸 일 년 반의 시간이 내게는 정확히 그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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