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9

너는 나고, 나는 너

by 금빛


발리 요가 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이틀이 남았다. 아침 일곱 시. 첫 주자로 인도계 영국인인 그녀의 수업 시연이 시작됐다. 수업이란 것이 참 사람 따라간다고, 그녀의 수업에는 역시나 워딩이 많았다. 변호사인 그녀는 그녀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변호사가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살고 있는 마을에 요가에 관심 많은 이들이 모여 이미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있고, 자신은 그들을 위해서 총대매고 이곳에 와있는 거란 사실을 첫날부터 아주 분명히 했다. 그녀의 커다란 집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고, 그곳에서 야외 수업이 진행되곤 한다는 사실 역시 그녀는 이곳 수련생들, 지도자분들께 알리는 일을 빠트리지 않았다.


아, 그녀는 정말이지 열심히 그녀를 어필했다. 그런 그녀와 좁혀질 수 없는 거리를 둔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우연히, 피치 못하게 그녀와 가끔 말을 섞게 되는 기회가 생길 때마저도 그녀는 어떤 강사님과 인스타그램을 주고받았고, 어느 날엔 강사님이 자기에게 시험 잘 치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그를 캘리포니아로 모셔가 티칭을 시키려면 얼마가 들 것이고 하는 등의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떠들곤 했다. 그녀는 부끄러움을 몰랐다. 아주 시작부터 끝까지 매한가지로 그래왔으니 그녀의 참 한결같은 면은 선명히 말할 수 있으리라. 그녀의 아쉬탕가 아사나 설명에 버퍼링이 걸리는 사이, 시퀀스가 익숙한 우리가 동작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녀는 서둘지 말라고 몇 번을 다그쳤고, 한 번은 설명이 꼬이니 이미 완성 동작을 만들어 있는 우리를 돌아와 다시 가자고 잡곤 했다.


이어 열 시 반에 시작된 두 번째 시연. 평소 말이 빠른 유럽계 영국인인 그는 수업에서 역시나 빠르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다섯이 아닌 열에서부터 카운팅을 시작하면서 우리를 버티기 달인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결국 그들의 각각 한 시간 시연이 끝이 나다니. 그걸 끝낸 그들이 마구 자랑스러워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의 첫 수업은 결코 완벽할 수 없단 걸 난 그들을 보며 인정하게 됐다. 동시에 내일의 나는 어떤 실수를 벌일까 긴장감이 조여도 왔다.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에는 무조건 좋았던 점을 나누는 것이 현명하다는 사실 역시도 난 이날 뼈저리게 배웠다. 지나온 수많은 떨리는 무대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 무대들을 견뎌냈지만, 나는 또다시 같은 떨림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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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마지막)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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