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많으면 많을수록(多多) 더(益) 좋다(善). 한나라의 왕 유방은 한신을 만나 재미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얼마나 많은 군대를 지휘할 수 있겠는가?".
"폐하는 아마 십만 명 정도를 지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기심이 생긴 유방이 다시 묻습니다.
"그럼 그대라면 얼마나 많은 군대를 지휘할 수 있겠는가?"
"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사람이 지나치게 솔직하달까.. 가끔, 능력과 눈치가 정확하게 반비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뜩이나 미운털이 잔뜩 박혀있던 한신은 안 해도 될 자랑 몇 마디로 미운털 한 줌을 더 끼얹고 말았습니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한신은 분명 당대 제일의 용병술을 가진 장수였습니다. 중국 북부의 여섯 나라를 한 번에 정리하며 초한 전쟁의 균형추를 한나라 쪽으로 완전히 가져왔고, 그 결과 항우를 압박해 유방과 휴전 협정을 맺게 합니다. 유방은 휴전 협정을 맺은 직후, 철군하는 초나라의 뒤를 쳐서 끝내 항우를 무너트렸습니다.
한나라의 고조 유방은 정치적 판단이 유연한 사람입니다.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뒤집는 사람이라는 의미지요. 하지만 군사적인 재능은 거의 없다시피 한 군주입니다. 반면 한신은 뛰어난 용병술과 탁월한 전술을 가진 장수였으나, 정치적인 역량은 매우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야심을 감추는 법이 없고, 속내를 숨기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전쟁중일 때에야 꼭 필요한 장수지만, 전쟁 끝난 뒤에는 그저 몹시 신경 거슬리는 사람일 뿐입니다. 차라리 소하처럼 유방에게 바짝 엎드리거나, 장량처럼 다 버리고 떠났으면 또 모를까, 한신은 나라 하나를 꿰차고 상당한 군사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만약 한신 같은 명장이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유방은 큰 낭패를 보게 되겠지요. 최악의 경우에는 왕조 자체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유방은 북방 여섯 개 나라의 왕으로 임명했던 한신을 동쪽 끝 초나라의 왕으로, 다시 초나라의 왕에서 작은 회음 지역의 제후로 계속 강등시켜 한신의 힘을 뺐습니다. 그러고도 불안한 나머지, 어떻게든 한신을 모반 죄로 엮어보려 장안에 묶어두고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유방에게 저런 몹쓸 패기를 부렸으니, 한신이 살아서 장안을 빠져나가기는 매우 어려웠을 겁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