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금실로 수놓은 옷(錦衣)을 입고 고향에 돌아가다(還鄕).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변하는 고사 성어들이 있습니다. 금의환향 역시 현재는 크게 성공해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만, 원래 의미는 중요한 사안을 놓치고 사사로운 일에 집착한다는 의미였습니다.
항우는 진나라의 수도 함양을 완전히 파괴한 뒤, 자신의 근거지인 팽성을 새로운 나라의 수도로 삼으려 합니다. 항우의 가신들은 물산이 풍부하고 방어에 유리한 관중을 떠나면 안 된다고 간곡히 말렸지만, 항우는 고향으로 돌아가 부귀해진 자신을 자랑하고 싶다는 이유로 끝내 동쪽 끝자락의 팽성을 수도로 삼았습니다. 금의환향이 항우의 어리석음을 조롱하는 의미로 쓰였던 이유입니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진나라의 마지막 맹장 장한을 치기 위해 황하를 건넌 항우는 3일간의 식량만 남겨둔 채 모든 솥을 깨트리고 타고 온 배들도 가라앉혀 버립니다. 이기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죠. 물러설 곳이 없는 초나라 군대는 진나라 군대와 무려 아홉 번을 맞붙은 끝에 대승을 거두며 장한의 투항까지 받아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때 항우의 기세가 얼마나 매서웠는지, 이 싸움을 지켜본 제후들 모두 감히 항우에게 맞설 엄두를 내지 못했고, 항우는 천하의 패자로 확실히 자리를 굳혔습니다.
하지만 항우는 뛰어난 장수였을 뿐, 나라를 경영할 그릇은 아니었습니다. 진나라의 수도 함양을 함락시킨 항우는 불필요한 학살과 약탈을 자행해 민심을 등지더니 왕궁에 불을 놓아 함양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애당초 함양에는 관심도 없던 항우가 팽성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하자 항우의 책사인 범증은 천하를 다스리려면 관중에 머물러야 한다며 항우를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항우는 귀하고 높은 사람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비단옷을 입고 밤에 돌아다니는 것과 같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답답했던 간의대부가 항우를 갓을 쓴 원숭이에 비유했다가 목숨을 잃는 일까지 생기자 가신들 역시 더 이상 팽성으로 수도를 삼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고, 항우는 패망의 길로 들어섭니다.
훗날, 항우를 친 유방은 폐허가 된 함양 대신 약간 남쪽에 새로운 도시를 세워 수도로 삼았는데, 그 도시가 바로 장안입니다. 관중 지역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른 장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낙양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도시로 성장했고 한나라 이후에도 여러 왕조의 수도로 번영했습니다.
* 관중 : 관중 평야를 중심으로 산맥과 강으로 둘러 쌓여 있는 중국 서부 지역을 말합니다. 함곡관 동쪽은 중원, 서쪽은 관중으로 나뉘는데 '관중을 잡는 자가 천하를 잡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인구도 많고 교통도 나쁘지 않으면서 방어에는 유리한 지역입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