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붕어만세 Jun 27. 2024

일반천금 | 一飯千金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밥 한 그릇(一飯)을 천금(千金)으로 갚다. 몹시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은 은혜를 천금으로 갚았다는 한신의 이야기에서 나온 고사로, 사심 없이 남을 도운 일은 큰 보답을 받는다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한 나라의 명장 한신은 대장군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그 재주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써주는 곳이 없으니 늘 생활고에 시달렸고, 밥을 굶을 때도 많았습니다. 한신을 딱하게 여긴 빨래터의 할머니는 배를 곯는 한신에게 먹을 것을 내주곤 했는데, 한신은 이때의 은혜를 잊지 않고 천금을 풀어 밥값을 갈음했습니다.


할무니. 저 쑥부꾸미 해 줘요..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한신은 세계사에 손꼽히는 명장이지만 돈 버는 생계형 재주는 없어, 장수가 되기 전에는 툭하면 배를 곯았습니다. 시장통에서 불량배들에게 큰 모욕을 당하거나, 눈칫밥을 얻어먹다 쫓겨나듯 나오기도 하는 등, 힘들고 고달프게 살고 있었죠. 물고기라도 잡아서 허기를 달래 보려 했으나, 그마저도 신통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젊은 나이에 굶주리고 있는 한신을 보고, 빨래터의 할머니 한 분이 먹을 것을 나눠 주었습니다. 당시는 통일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망한 나라의 왕족들이 흔하던 때입니다. 허우대는 멀쩡한데 생활력이 바닥인 청년들을 적당히 왕손이나 공자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아마 빨래터의 할머니는 '저 왕손은 그냥 두면 정말 굶어 죽겠다' 싶으셨나 봅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할머니에게 몇 달이나 신세를 진 한신은 반드시 성공해서 이 은혜를 갚겠다 약속했지만, 할머니는 보답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니, 담아두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초한 전쟁이 끝난 뒤, 초나라의 왕이 되어 돌아온 한신은 눈칫밥이나마 먹여 주었던 동네 사람에게 백금을 보내 인사를 하고, 빨래터의 할머니에게는 술과 천금을 보내 은혜를 갚았습니다. 밥 한 그릇을 천금으로 갚다는 일반천금의 사연입니다. 훗날,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큰 무덤을 올려 어려웠던 날의 은혜를 다시 한번 새겼습니다.





덧) 표모반신(漂母飯信) - 빨래하던 아낙이 한신에게 밥을 주다. 일반천금과 붙어 다니는 고사입니다. 한신의 고생을 말하는 일화로 사용하기도 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푼다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원가 많이 나와서 힘들겠구먼. 난 밥 한 그릇에 천금 벌었는데..



FIN.




이전 12화 사석위호 | 射石爲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