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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붕어만세 Jul 16. 2024

머피의 법칙

실시간 브런치 : 부슬부슬 비가 내립니다.

마나님의 생신입니다. 저 같은 사람을 거두어 주시는 것만으로도 승은이 하해와 같은 일이니,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회사로 뾸뾸뾸 찾아갑니다. 이런 날이야 말로 재택근무의 위엄이 빛을 발하는 날이지요.


회사 분위기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거의 일이 끝나서 화기애애하답니다. 잠깐 커피 한 잔 하고 가도 괜찮을 것 같다네요.


초콜릿을 젤 큰 걸로 한 상자 사고, 이름은 잘 모르겠는 보라색 꽃도 한 줄기 사고, 이대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날이 쪼끔 흐리지만 뭐.. 두 정거장이니까.


쏴아아아아아!!!! 창 밖에 폭우가 쏟아집니다.


갑자기??


후두둑. 후두둑도 아니고 쏴아아아라고??


어? 어.. 하고 있는데 왠 미틴 놈이 2차선에서 버스 차선으로 끼어들더니 홱 U턴을 합니다. 깜놀한 버스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혹시라도 구겨질까 뒷좌석에 고이 모셔 놓았던 꽃다발이 쭈우우욱 미끄러져서 그 모양 그대로 예쁘게 접혔습니다. 아.. 아아… 기사님은 내려서 키스난 버스를 확인하느라 바쁘고, 저는 꽃다발 펴느라 바쁩니다..


내려서 대충 수습한 뒤, 폭우 속을 잰걸음으로 움직이는데 카톡이 왔습니다.


책 표지가 1mm 밀려서 지금 분위기가 쎄- 하고, 저자 중 한 분의 아드님이 큰 사고가 났다는 소식이 올라와서, 팀장이 울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회사에 꽃다발 같은 거 가지고 갈 분위기가 아니라고.


15분 만에?


커피는 개뿔. 초콜릿은 탕비실에 조용히 넣어 놓고, 꽃은 회의실 구석에 표 안 나게 둔다며 선물만 주고 바로 헤어졌습니다. 카페에 앉아서 브런치를 쓰며 창 밖을 보는데, 우산을 쓴 사람도 있고 안 쓴 사람도 있네요. 언제 폭우 같은 게 쏟아졌느냐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네.. 뭐..평소랑 크게 다르지 않은 오후네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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