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붕어만세 Jun 06. 2024

세고익위 | 勢高益危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대부는 자신의 영지를 가진 귀족입니다. 박사는 국정 운영에 대해 자문하는 관직이구요. (한나라 이후 교육을 전담하는 관직이 됩니다.) 초나라의 중대부 송충과 박사 가의는 '성인은 조정에 있지 않으면, 점쟁이나 의원 사이에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장안 동쪽에서 점을 치는 사마계주를 찾아가 그가 과연 성인인지 시험해 보려 했습니다.


사마계주의 강론을 듣게 된 송충과 가의는, 뛰어난 학식을 가진 이가 왜 이런 누추한 곳에서 험한 점쟁이 일을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사마계주는 부와 권세를 가진 자들의 파렴치함을 신랄하게 지적하며 두 대부를 깨우쳐 주었습니다. 크게 놀란 송충과 가의는 권세가 높을수록(勢高) 더욱 위태로워진다(益危)며 탄식했는데, 여기에서 세고익위가 나왔습니다.

우린 망했어. 그냥 망한 것도 아니고 대폭망이야.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사마계주는 두 대신에게 '어진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낮고 천한' 사람은 또 어떤 사람인지 묻습니다. 송충과 가의가 높은 벼슬을 받고 녹봉을 넉넉히 받는 자들이 어진 사람이고, 세상에서 천하게 여기는 점쟁이가 낮은 사람이라고 대답하자, 사마계주는 껄껄 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공들께서 말하는 어진 이들이란 도당을 만들어 올바른 사람을 밀어내고, 나라의 녹봉을 받으며 사사로운 이익을 쫓으며, 법을 어기고 백성을 착취합니다. 관직을 수단으로 함부로 쓰고, 이익을 쫓아 포악하고 무도한 짓을 자행하고 있으니, 칼을 잡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없는 공적을 함부로 꾸미고, 없는 것을 있다 하기도 하고, 있는 것을 없다 하기도 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권세와 지위를 쫓고 있습니다. 술과 여자를 끼고돌며, 법을 어겨가며 백성을 해치고, 나라의 재산을 텅 비게 만듭니다. 이런 이들은 도적이 일어나도 막을 수 없고, 관직의 기강이 어지러워져도 다스릴 수 없으며, 흉년이 들어도 조절할 줄 모릅니다.


능력이 있는데 실행하지 않으면 국가에 대한 불충이고, 능력이 없음에도 녹봉만을 받아먹는다면 이는 벼슬 도둑질입니다. 도당을 꾸리는 자를 등용하며, 재물이 있는 자를 우대하는 것은 거짓된 일입니다. 군자가 뒤로 물러나 숨는 것은 오직 공들과 같은 사람들 때문입니다."


사마계주의 대답을 들은 송충과 가의는 도는 높아질수록 편안해지지만(道高益安), 권세는 높아질수록 위태해진다(勢高益危)며 사마계주와 달리 우리는 죄를 얻으면 몸 둘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길게 탄식했습니다.









* 사마계주의 대답은 사기열전 (김원중 옮김. 2007. 민음사)에서 발췌했습니다.



FIN.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