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었는데 몇년전부터 등산의 이유를 물어오는 이들이 있다.
단호하게 가보기 전엔 '알수없다'라고 대답해준다.
'그래도' 라는 말 흐림이 마음에 남아 7일동안 세번 산에 가면서 생각이라는 걸 해봤다.
인간에게 가장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성취감이다.
벽돌 책을 다 읽었을때, 기나긴 보고서를 완료했을때, 죽도록 어려운 게임 엔딩을 볼때
배틀로얄 게임에서 1등을 할때, 벤치프레스 1RM이 늘어났을때, 로잉머신 기록이 당겨졌을때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그래도 꽤 상위권에 랭크되는 것이 등산이고 또 정상에 올랐을 때이다.
적게는 3~4시간 길게는 16시간씩 산길을 걷는 것은 인내와 체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풍경은 '후우~~~'에는 호흡과 경외가 담겨져 있다.
정상에서 온몸으로 맞는 강한 바람은 왠지 무게추 같은 마음들도 끈 떨어진 연처럼 날려 보내는 것 같다.
고등학교때 부터 혼자 산에 갔던 나는 평생 등산을 같이 해본 사람이 세 사람 밖에 없다.
친구놈과 친구였던놈과 그대.
정말 오랜만에 그대가 소백산 철쭉을 보고 싶다고 했다.
등산의 수고로움에 징징 거릴 것이 뻔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리고 소백산 다녀온지 6일도 되지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아무리 부인이라고 해도 어색할것 같았지만 등산하는 내내 우리는 즐거웠다.
다음에도 같이 가보기로 한다. 속리산, 오대산이나.
자본주의의 가장 큰 단점은 모든것을 "환전성"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게 돈이 되!"
산을 오르는 동안은 이 프레임은 필요없게 된다.
오로지 내 몸을 움직여서 만나는 무익한 것들.
바람 불면 경포대 파도소리를 내는 숲이며 사람 겁내지 않는 다람쥐, 새가 있고
골짜기 골짜기 누빈 초록 나무들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가끔 너무 힘든 코스는 머리까지 텅텅 비워주니
해야 했던 고민들은 보내주고 하고 싶은 생각이 흘러 들기도 한다.
지리산 천황봉의 일출과 세석평전의 은하수, 마등령에서 맞이한 속초 앞바다, 공룡능선의 현란한 단풍
돈이 되지는 않지만 이런 기억은 사는데 위로가 되어 준다.
고흐는 임파스트 기법을 잘 사용했다. 아크릴 물감을 두껍게 여러번 칠해서 입체감을 만들어 냈다.
산을 간다는 것은 삶에 입체감을 만들어 내는 일 중에 하나 일 수도 있겠다.
절벽 같기만 삶에 이런 저런 기억들은 서 있을 만한 모서리를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