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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Jun 25. 2020

여행 시작 1시간만에 지갑이 사라졌다

갑자기 제주도로 체크인


우리 집에서 김포공항 가는 시간보다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시간이 훨씬 빨랐다.

머쓱한 상황이었지만 제주와 가까워질 수록

나의 심장 박동 수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드디어 제주 도착.

원래대로라면 비가 와야 했지만 도착함과 동시에 놀랍게도 비가 잠시 사그라들었다. 느낌이 좋다.

이번 '갑자기 제주로 체크인'이 잘 써질 것 같다.

그렇게 우리의 발이 되어줄 전기차를 렌트하고 제주에서 '플레이스 캠프 제주'로 향한다.


이 설레는 기분을 어떻게 조절을 할 수 없었다.

이번 5일만큼은 감정에 충실하기로 한다. 내비게이션은 항상 '최단 시간&거리'를 알려준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내비게이션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까지 왔는데 내비가 시키는대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시내에서 벗어나 해안도로를 따라 달린다. 바다가 보이는 순간 우린 때마침 '간이 주차장'을 발견했고, 차를 대놓고 밖으로 나온다.


그 동안 뭐 그렇게 빡빡하게 살았나 싶다. 날씨가 흐림에도 불구하고 푸른빛 바다와 짙은 회색빛의 현무암들 그리고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그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바다 냄새. 완벽하다.



이제 제주에 온 듯 하다. 비가 와도 점점 흥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평소 안하던 행동을 해서 그런지 '일탈'의 기분이 들었다. 더 일탈하고 싶다.


그렇게 한참을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드디어 저 멀리 '플레이스캠프 제주' 가 보이기 시작했다.

'플레이스캠프 제주(이하 플캠제주)'는 사실 나의 나름의 연이 있다. 2019년 겨울, 29cm에서 주최했던 브랜드 세미나에 플캠제주 대표님께서 오셨다.


그 세미나에 친한 지인과 참석한 이후로 플캠제주는 단순 호텔이 아니라 '즐기는 곳' 이라며 호텔에서

Play 와 place의 단어를 합쳐버렸다.

playce camp 제주가 탄생했다.


이 호텔에 반했다. 

세미나를 들은 이후로 다짐했다. 꼭 한 번 가보겠노라고. 그리고 오늘 그때 세미나를 같이 갔던 지인과 함께 플캠제주를 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더욱 설렐 수 밖에 없었고 떨리기까지 했다.


플레이스 캠프 제주


얼른 차에서 내려 체크인을 하러 가려는 찰나. 내 손이 허전함을 인지했다. 뭔가 내 손에 없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갑이 없어졌다.



하지만 일단 체크인은 강행하고 우선 침착하게 객실로 올라간다. 근데 이상하다. 이상하게 지갑을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하지가 않았다.


머릿 속엔 그저 플캠제주를 관찰하겠다는 생각 뿐. 그러고보니 지갑 안에 신분증이 있는데 비행기도 문제고, 차량렌트를 할 때도 문제고 여러모로 문제가 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카드들이야 다시 발급받으면 되지만, 그 지갑은 소중한 사람이 나에게 선물해준 것이다. 그게 제일 컸다.


음. 일단 없어진 건 없어진거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자 라고 입은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나의 시선은 오직 플캠제주 뿐이었다.


객실에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켜고 이리저리 찍고 관찰하고 있었다. 심지어 동행한 지인이 나 대신  렌트카 업체에 전화해서 혹시 지갑 놓고 간거 있는지 확인해주고 있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지인이다.


하지만 업체에서도 지갑이 따로 발견되지 않았다. 차에 떨어뜨린건 아닐까 하고 차 안을 샅샅이 뒤져본다. 하지만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

지갑을 꺼낼 일이라곤 렌터카업체에 가서 신분증 보여줄 때 말곤 꺼낸적이 없다. 심지어 그땐 내가 손에 들고 있었던 것 까지 기억이 난다.


중간에 차를 세워 바다를 볼 때 그 때 없어진걸까? 뭐 어쩔수 없지 뭐. 하지만 지금 눈앞에 플캠제주가 있기 때문에 난 호텔을 관찰하기 바빴다.

오히려 같이 동행한 지인이 먼저 아까 그 바다로

다시 가보자고 한다.


나의 답변은 간결했다.

'응 그러자. 나 이것만 쫌 보구'


그리고 지인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야 너 많이 변했다?'


그 찰나 스스로 깨달았다.

내가 변했다는 것을




불과 몇 개월 전의 '목표 없는 삶'을

살던 나였다면 어땠을까.


잃어버린 것에 집착했을 것이다. 바로 앞에 여행이 창창하게 펼쳐져야 하는데 그것보단 없어진 것에 집착하며 여행이고 나발이고 지갑부터 찾으려 들었을 것이다.


그리곤 결국 못 찾게 되면 기분이 바로 다운되어 우울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생각한다기 보단, 과거에 연연해 했다. 이랬어야 했는데, 저랬어야 했는데 하며 말이다.


엎어진 물을 컵에 쓸어담을 수 없듯,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크게 연연하지 않기로 한다.

심지어 그 와중에 지갑을 잃어버린 걸로 내가 깨달은 것을 글로 옮겨 담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위기를 기회로! 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렇게 열심히 플레이스캠프 제주 객실을 찰칵 거리며 촬영을 한 후, 지인과 함께 다시 우리가 중간에 내렸었던 바다 근처 해안도로로 가보려 한다.

심지어 체크인과 동시에 억수같이 쏟아지던 비가 갑자기 그쳤다. 뭔가 느낌이 좋다.


'형 왠지 모르겠는데 지갑 찾을거 같은 느낌인데? 가서 지갑 찾으면 이따 고등어 회는 내가 쏠께'


그러자 지인은 위로하는 셈치고 '그래 그럼 못찾으면 내가 살게' 라며 답해준다.


차 문을 연다. 찾으러 가보자.

시동을 거는 순간 지인은 나를 보며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너가 고등어회 사야겠다.'


지갑은 자동차 조수석의 안전벨트 꽂는

그 아주 좁은 틈 사이에 들어가 있었다.


차에서 나도 모르게 환호의 샤우팅을 했다.

아깐 기분상태가 0부터 10중 7 정도였다면 이 순간만큼은 50이었다.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못찾았어도 기분은 좋았을 것이다. 회를 얻어먹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 상태로 바로 우린 고등어 횟집을 향해 갔다.




이렇게 제주 첫날부터

사고의 '관점'이 바뀐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호텔을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글로 옮겨 담으며 나는 나중에 어떤 호텔을 세울 것인지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지갑을 잃어버려도 별 신경을 안쓸 만큼 말이다.


어쩌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할 수록

긍정적인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왠지 이번 제주 느낌이 좋다.



p.s 플레이스캠프 제주 관련 리뷰는 곧 브런치에 옮겨 담겠습니다. 지금 열심히 사진 정리중입니다!

<갑자기 제주도로 체크인>은 계속 이어집니다.

그럼 전 이만 저녁 먹으러 가볼게요!




호텔 이야기들을 더 보고 싶으시면 제 인스타그램에서 보시면 됩니다. 아주 간결하고 보기 편하게 되어있으니 많은 참고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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