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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인어 Mar 10. 2016

잃어버린 글쓰기4

끊어진 다리 위의 첫걸음

끊어진 다리 위에서 내딛어야하는 첫걸음은 뒷걸음질이다. 앞으로 나가려는 관성을 누르고 뒤를 돌아보아야한다. 낭떠러지로 곤두박질 치지 않도록 자신을 꼭 붙들어야한다. 일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는 말도 있지만 뒷걸음질은 생의 위기에서 처절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일도 그렇지만 사랑도 마찬가지다.


회사를 나오기 몇년 전에 교수님께 진로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직장이 없어지만 사람도 안 만나주고 시집가기도 힘들 것이다. 다니던 곳에서 필요없다고 할 때까지 다니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기자를 그만 두는 순간 나를 만나주던 수많은 사람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해고 되어 나올때 교수님의 말씀이 현실이 될까 두려웠다. 나는 기자이기보다는 일로 만난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에게 인간으로 남아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막상 기자생활이 끊어지자 그러한 기대와 관련된 모든 마음을 비웠다. 아니 비우려고 애썼다. 사람에 대해서도 일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0"의 상태로 되돌리려 애썼다. 생활은 단순해졌고 더 이상 잘나가던 기자로서의 내가 아닌 그냥 인간으로 뒷걸음질쳤다. 내 뒷걸음질은 지나고보면 잘한 선택이다. 끊어진 다리 위에서 무엇인가를 얻으려했다면 나는 더 위험한 늪으로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사랑이 끊어진 다리 위에서 내딛어야하는

뒷걸음질은 더욱 어렵다. Y는 그런 상황이다.


"언니 카톡으로 남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네요."

20대 후반 여자 Y가 갑자기 옆 침대 위에서 스마트폰을 하다말고 하는 말이다. Y는 나와 일본에 여행하는 도중에 유학 중인 남자 친구와 내일 도쿄 시내에서 만나기로 했다. 도쿄까지 왔는데 남자친구의 카톡 반응이 영 시큰둥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여자는 참자가 화를 낸다. 남자는 낯선 외국땅에 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들고 바쁜 자신을 이해못한다며 자신을 내버려달라며 이별을 통보한 것이다. 오랜만에 타국에 찾아온 여자 친구의 카톡에는 답을 하지 않으면서 SNS에 꼬박꼬박 자신의 유학생활 일기를 적으며 오사카에서 찾아온 친구와 옆집 누나와 밤새 놀았더는 이야기를 올리는 남자친구의 행동을 참을 수 있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화를 내는 것은 전진이고 참는 것은 뒷걸음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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