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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인어 Mar 18. 2016

잃어버린 글쓰기6

독하디 독한 술 같아

잃어버린 세계를 다시 찾는 기분은 독한 술을 마시듯한 기분이다. 참을 수 없는 독한 괴로움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서 몸에 자극을 준다. 술을 부은

것이 자의든 타의든 몸은 독한 알코올로 변화를 겪는다. 아주 익숙했던 세계였지만 잃어버려 잊고말 세계와 다시 맞닿는 순간 몸은 지난 세계에 대한 익숙함과는 이질적인 상실의 고통으로 벗어나고자 했던 몸부림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익숙했던 세계를 잃고 그 고통을 잊기 위해서 세계와 관련된 모든 것을 기억의 감옥 속에 잠궜다. 그 속에는 글쓰기도 포함됐다.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아침 7시. 새벽 4시30분 공항에 도착해 일행들과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비가 내리던 도쿄는 몸에 한기를 느끼게 했다. 아사쿠사역은 긴자선에서 아사쿠사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캐리어를 끌며 다시 지하 밖으로 나갔다가 계단을  오르락 내르락 반복해야했다. 미식가 M은 두 개의 캐리어에 각종 주류와 과자를 사서 넣었다.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된 상태을 좋아하는 L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M을 보면 인간이 식탐과 탐욕을 향해서 정신없이 달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20대에 여러 여성들이 그런 모습을 내게 보여줬다. 10년전 일본에 함께 출장을 왔던 디자이너 J는 명품 브랜드에 대한 가격 비교표를 꿰고 있었다. H브랜드의 백화점 가격과 윈도숍이나 면세점 판매가격 차이를 내게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에게는 의미없는 가이드였지만 그저 재미삼아 듣고 있었다. 나는 결국 J의 가격비교표의 지시보다는 내 마음이 향하는 H매장에서 할머니의 스카프를 샀다. J말로는 면세 처리가 되어 비교적 저렴하고 샀다고 했다. H브랜드 스카프는 가격이 비싸서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을 샀다. 나중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H매장을 볼 때마다 생각이 난다. 좀더 큰 사이즈로 사드릴 걸. 후회가 가격보다는 사이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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