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 18
마음에 담아 두었던 시집을 괜히 한번 꺼내어 보기도 한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삼 십 세> 최승자
올 한 해 ‘그러지 말았어야 했던 일’들을
잠시 떠올려본다
그리고 돌이킬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1)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있는 일이라면
까짓것 그냥 잊어버리고
(2)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역시 잊어버리기로 한다
그 대신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사람은 없는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