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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호기 May 20. 2020

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에서 생긴 일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

그럼 대체 그 많은 후원금은 다 어디에 있는 거예요?
법인 조계종이요
후원자들은 아마 모르실 거예요


  법인 조계종. 답은 어딘가 낯설었던 그다음 키워드, 바로 ‘조계종'에 있었다. 이들이 언급한 법인 조계종이란 정확히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 조계종 나눔의 집’으로 나눔의 집 시설을 운영하는 조계종의 한 독립법인을 의미한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을 테니, 조계종과 나눔의 집의 관계부터 설명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나눔의 집 앞에 조계종이 붙게 된 이유, 그리고 후원금이 이 법인과 연결되어 있는 이유를 알려면 우선 나눔의 집의 역사를 조금 알아야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돌봄 시설인 나눔의 집은 1992년 마포구 서교동의 한 작은 집에서 시작됐는데 이때 주축이 되었던 곳이 바로 '불교인권위원회'였다. 이후 전셋집을 전전하던 나눔의 집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한 분 두 분 들어오시게 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고, 소중한 후원들이 모이고 쌓여서 지금과 같은 '나눔의 집'이 될 수 있었다. 현재 위치에 터를 잡게 된 것도 어느 후원자가 기꺼이 이 부지를 기부해준 덕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돌봐온 곳이 바로 조계종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나눔의 집은 조계종에서 관리하게 된 것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나눔의 집’이라는 법인도 그래서 탄생했다. 정관에 따르면 이 법인 임원의 2/3는 ‘대한 불교 조계종 승적을 가진 자’들로 구성해야 한다.


"그럼 조계종에서는 이 후원금으로 뭘 하는데요?"


  이상한 점이 있었다. 법인에서는 할머니들을 위해 후원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으면서, 생활관 시설을 증축하거나 주변의 땅을 사는 데는 과감히 후원금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수 억 단위로 말이다.


나눔의 집 정원을 20명으로 늘리는 생활관 증축 공사가 있었다

  

  그런데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이제 여섯 분뿐. 더 넓은 시설에 대한 고민보다는 현 시설을 어떻게 유지해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아닐까. 실제 나눔의 집은 전쟁의 피해자이자 위안부 피해자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전 세계 유일한 시설이자 역사적인 공간이다. 때문에 유네스코 등재까지 거론되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혹시 유네스코 때문일까? 입이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할머니 병원비를 아끼면서까지 생활관을 증축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또 주변의 땅을 사들이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지.


 다른 일반 할머니들 모셔오라고 하더라고요


  섣부른 추측은 너무 큰 충격으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나눔의 집을 관리하는 소장이 꺼내든 얘기는 생활관의 정원을 늘리고 그곳에 다른 일반 할머니들을 모시겠다는 것. 실제 소장은 직원들에게 이 곳으로 모셔올 만한 할머니들을 알아오라고 적극적인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매우 황당한 일이었다. 사무실로는 입소를 문의하는 사람들의 전화가 수차례 걸려오기도 했다.

 

  이게 정말 사실일까? 대부분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이곳에 다른 일반 할머니들을 모신다는 게 가능한 일이기나 한 걸까?


  일단 나눔의 집의 등기를 한번 확인해보기로 했다. 등기를 떼보면 해당 시설의 사업 목적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등기에는 조계종의 법인답게 '부처님의 자비사상과 중생구제의 원덕'이라는 표현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사업 목적 항목에는 아주 간단하게 두 줄만 적혀있었다.



무의탁 독거노인들을 위한 무료양로시설

 

  정말 예상 밖이었다. 시설의 목적란 어디에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여기 이 나눔의 집이라는 곳은 단순히 무료양로시설이란 의미인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그저 무의탁 독거노인들 중 일부일 뿐인 건가? 대체 이 곳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문제는 시설 주변의 땅을 매입하거나, 생활관을 증축하는 공사에도 소중한 후원금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모두 더 하면 10억도 훌쩍 넘는 막대한 금액이었다. 그렇다면 후원자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이 후원금이 어떤 후원금인지 한번 생각해보자. 백 원 단위의 용돈을 모아 온 초등학생들부터 월급을 쓰지 않고 저축해온 군인들까지. 또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의 후원자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온 소중한 후원금 아닌가. 이들의 마음은 아마 다 똑같았을 것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기를. 할머니들이 원하시는 곳에 사용되기를.


  하지만 누구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소장과 법인 조계종 나눔의 집의 이사들은 후원자들의 정성을 배신했다. 할머니들께 옷 한 벌, 밥 한 끼 제대로 사드리지 않고 쌓아둔 돈으로 완전히 다른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큰 그림은 바로 이 곳을 일반 양로시설로 바꿔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사회 복지 시설은 후원금으로 토지를 구입하거나 건물을 세우는 경우 반드시 그 목적으로 지정된 후원금만 사용할 수 있다. 만일 지정 후원금이 없다면 비지정 후원자들의 동의가 있어야만 그 후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이건 뭐 매우 상식적인 문제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나눔의 집의 소장은 후원자들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공사를 먼저 진행했다. 2018년의 일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문제가 제기되자 그제야 부랴부랴 서류를 급조해 광주 시청에 보고했다.


  

  이 수상한 서류에는 생활관 증축 공사에 기꺼이 동의해줬다는 많은 후원자들의 이름과 수억 단위의 후원금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중 눈에 띄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바로 유재석이었다. 서류에 따르면 유재석씨가 무려 2억 1천만 원의 후원금을 이 생활관 증축 공사에 사용하도록 협조해줬다고 되어있었다. 정말 그랬을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아니고 다른 일반 할머니들을 모시기 위한 증축 공사에? 유재석씨가?


  유재석씨에게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


1.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금 72억의 비밀

2. 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에서 생긴 일

3. 유재석씨의 2억 1천만 원은 어디로 갔을까?

4. 큰 스님들의 은밀한 회의

5. '할머니'를 위한 시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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