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근육이 준 자유
가슴 운동을 세게 했다. 가슴에 근육통이 있는 것은 당연했는데 밤부터 왼쪽 등 날개뼈 쪽이 아팠다. 괜찮겠지, 하고 다음 날 개인 운동으로 등 운동을 했다. 암풀다운으로 시작해 랫풀다운, 롱풀을 거쳐 마지막 원암로우를 했다. 힘이 약한 왼쪽을 오른쪽 만큼 강하게 해볼거라고 용을 썼는데 거기서 더 탈이 났나 보다. 저녁부터 날개뼈와 척추뼈 사이가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누울 때, 일어날 때, 옆으로 돌아누울 때도 아팠다. 통증이 심상치 않은 것이 오래갈 것 같았다. 다친 발가락에서 파스가 떨어질 만 하니 등이 말썽을 부린다. 다친 것보다 당분간 운동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더 속상했다. 파스를 바르고 소염제를 먹고 얼음으로 찜질을 했다. 조금 아픈 것에 예민해져서 걱정을 하고 식구들에게 찜질을 시키는 내가 좀 유난스러워 보였다. 안 아픈 다른 상체 운동을 하거나 하체 운동을 해야지, 생각을 해봐도 걱정은 가시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가슴근육통이 많이 풀려있었다. 동시에 등통증도 많이 사라져 있었다. 고개만 뒤로 젖혀도 등이 아팠는데, 살살 고개를 뒤로 해보니 약간 느낌이 있는 정도다. 이 정도면 이번 주만 등 운동을 걸러도 될 것 같았다. 만나면 신체 컨디션을 체크하는 선생님에게 주말 부상 소동을 말했다. 얼음찜질에 소염제 먹고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고 하니 조기에 대처를 잘 했다고 한다. 같은 일에도 단어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의미가 크게 달라졌다.
수요일이 됐다. 등 운동을 하는 날이다. 종목 하나를 해보며 상태가 어떤지 보기로 했다. 염증이 괜찮아졌나보다. 등 아팠던 곳이 등운동을 해도 괜찮았다. 바벨로우 가동범위가 오히려 전보다 잘 나왔다. 데드리프트는 처음으로 65kg 했고, 다리는 좀 떨렸지만 등은 전혀 굽히지 않고 안정적이었다고 했다. 등 부상이 일주일도 안 되어 나았고, 심지어 운동기능이 향상되기까지 했다. 발가락을 다쳤을 때도 이렇게 대처했다면 오랫동안 힘들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을까. 발이 아파서 아이와 달리기도 할 수 없었고 친구들과 등산도 함께 갈 수 없었다. 생활이 불편했고 다치지 않은 왼쪽 다리를 많이 쓰게 되어 후유증도 낳았다. 나의 고통을 우선으로 돌보는 것은 호들갑이 아니라 불편이 더 심해지기 전에 필요한 관리였다.
운동이 끝나고 집에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고강도의 운동 후 잠깐의 휴식도 나를 위한 관리다. 항상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아니지만 되도록 확보하면 이후의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된다. 피로하면 타인에게 친절하기 어려우므로 휴식은 가까운 타인들을 정당하게 대하는 데 기여한다. 컨디션 회복과 긍정적 관계의 형성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운동으로 손상된 근육이 휴식으로 회복되면서 운동하기 이전보다 체력이 좋아진다.(초과회복)
운동 후 휴식의 의미, 아픈 곳을 돌보는 대처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헬스는 나에게 생각보다 큰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헬스를 영어로 쓰면 health, 몸과 마음의 건강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헬스는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 곧, 웨이트트레이닝(weight training)을 말한다. 헬스가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이 된 것은 정식용어인 헬스클럽(health club)에서 따온 말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헬스클럽은 피트니스 클럽(fitness club)이라고도 부른다. fitness는 신체단련, 신체건강을 의미한다. 우리가 가는 헬스장(헬스클럽, 피트니스클럽, 짐)은 곧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단련하는 곳이라는 뜻이 된다. 따라서 웨이트트레이닝을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는 뜻에서 헬스라고 하는 것도 그리 틀려보이지 않는다.
내친 김에 몸을 일으켜 피트니스의 의미를 체육학대사전에서 살펴보았다.
체육에서 말하는 피트니스는 환경의 변화에 알맞게 적응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며,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체력과 같은 말로 이해되고 있다. 피트니스의 상태를 얻기 위해서는 생리적으로는 신경계통과 근육활동의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헬스라는 운동은 체력을 키우는 일이고, 환경의 변화에 알맞게 적응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드는 것이며, 신경계통과 근육활동을 조정하는 능력을 갖는 일이라는 말이다.
health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면 heal이라는 단어에 th(행동,상태,특징을 나타내는 접미사)가 붙어 있다. heal은 치유되다, 낫게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건강은 치유하는 것, 낫게 하는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건강하다는 뜻을 까진 health와 fitness 두 단어를 종합해보면 살면서 처하게 되는 여러 여건 속에서도 알맞게 자신을 돌보는 능력이 된다. 행복하다는 것이 모든 것이 완벽한 상태가 아니듯이 건강하다는 것은 일상의 여러 상황에서도 자신을 돌보는 마음과 능력을 갖춘 상태이다. 꾸준히 헬스장을 오갔던 1년간 그런 능력의 중요성을 느끼고 갖추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health는 나에게 건강을 찾아 준 heal-all(만병통치약)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