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근육이 준 자유
오랜만에 친언니를 만났다. 언니가 나를 보고 어깨랑 몸이 너무 커져서 좀 이상해 보인다고 했다. 운동을 너무 세게 하는 것 같다고 적당히 하라고도 했다. 전에 알던 동생의 모습이 아니라서 보기에 어색했나 보다. 그게 얼마나 노력을 많이 해서 만든 것인지 알기 전에는 나도 근육질의 사람들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이제는 나의 커진 어깨와 넓어진 등이 마음에 든다. 테니스를 오래한 사람의 굵어진 전완근, 달리기를 열심히 한 사람의 강한 다리근육 같은 것들은 내 눈을 사로잡는다. 사람들이 매일 오운완 태그를 달며 인증을 올리는 것은 오늘 해냈기 때문이다. 커진 근육은 해낸 날들이 쌓인 증거물이다. 헬스장을 나올 때 개운한 발걸음인 것은 몸의 개운함과 함께 찾아오는 성취감 덕분이다. 헬스장에서 성취의 순간들이 쌓인다.
근육운동을 하면 성장호르몬이 나온다.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근육 성장을 촉진하기도 한다. 성장호르몬은 젊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세포를 재생하고 골밀도와 피부, 내장기관의 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신체의 성장과 재생은 정신적 성장 욕구도 깨운다. 인간에게 주어진 근육의 구조는 같다. 어떤 사람은 주어진 것을 발달시켜 활발하게 이용하고 다른 사람은 최소한만 활용하며 살아간다. 나를 움직이게 해주고 있었지만 존재를 느끼지 못하던 근육을 재발견하고 키우는 경험이 나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을 싹트게 한다.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 캐럴드웩은 실험을 통해 고정형 사고방식과 성장형 사고방식 이론을 만들어냈다. 완성형 사고는 재능이나 소질은 타고난 것이라는 관점이고, 성장형 사고는 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여 연습과 훈련을 통해 능력을 키워나간다는 관점이다. 아직은 할 수 없지만 연습하면 해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이 사고방식의 핵심이다. 성장형 사고방식은 기회의 문을 열고 평생 학습하고 변화하도록 독려한다. 실패에서 회복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접근한다. 성장과정을 거치다 보면 처한 환경, 능력의 정도에 따라 목표가 변화한다. 목표의 변화에 따라 그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도 다양해진다. 다양한 방법을 유연하게 적용하며 이루고자 하는 바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집중력과 끈기를 운동을 통해 익힐 수 있다.
바벨을 어깨에 지고 프리스쿼트를 한다. 첫 20킬로 10회로 몸풀기를 하고 관절상태를 확인했다. 왼쪽 고관절과 무릎이 조금 삐걱대는 것 같았다. 무게를 올리지 않고 몸풀기를 한 번 더 했다. 한 번 더 하니 관절이 부드러워졌다. 무게를 30, 40, 단계적으로 올렸다. 그리고 50킬로 부터가 본운동으로 3-4세트를 해야한다. 다른 종목에서도 이런 식으로 몸풀기가 이루어진다. 처음엔 이런 방식이 어색하고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해도 힘든데 몸풀기로 이렇게 많이 하고 들어가면 정작 본운동에서 힘을 못 쓰는 거 아닌가. 힘이 있을 때 목표한 운동에 바로 들어가서 최대의 효율을 내면 될 것 같은데 이렇게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가벼운 무게로 하는 동적스트레칭은 관절의 가동범위를 확장하고 근육을 운동 준비 상태로 만든다. 자세와 호흡을 준비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부상을 방지한다. 내가 오늘 목표한 무게를 충분히 다루어 내기 위해 충분히 준비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목표에만 집중하도록 한다.
그런가하면 반대로 조금 과감한 방법을 쓰기도 한다. 나는 좋게 말해서 조심성이 많아 몸을 좀 사리는 편이다. 부상방지를 위해 동작을 바르게 하는 데 집중한다. 그런 나에게 선생님이 언제부턴가 막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자세와 자극을 찾아 가벼운 무게로 해보는 단계는 지났다, 힘든 무게로 힘을 최대한 써서 힘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했다. 뒤에 할 운동을 생각하지 않고 지금 하는 운동에서 최대한 힘들게 하고 힘을 다 뺀다고 생각해야 한다, 안 될 때까지 하고 다음 종목에 와서 가벼운 무게인데도 안 된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야한다고도 했다. 조심하는 태도와 뒷일을 생각하는 자세는 안전하고 실패할 염려는 적지만, 한계를 깨고자 할 때는 발목을 붙잡기도 한다. 그걸 알지만 몸에 베인 태도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선생님의 친절한 조언을 여러 차례 듣고 나서야 몸과 마음이 움직였다. 광배 운동을 하는 기구인 롱풀에 앉았다. 당길 때는 빠르고 세게 당기고 돌아올 땐 천천히 푼다. 막 해볼게요. 당길 때 마다 전보다 더 빠르고 힘있게 당겼다. 무게가 같은데 평소보다 운동이 배로 힘들었다.
선생님은 안 그래도 힘든 운동을 더 힘들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운동을 하러 가는 것도, 그 운동을 더 힘들게 만들어서 하는 것도 다 사서 고생이다. 사서 고생은 배우는 상황에 나를 놓는 것, 노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두는 것이다. 성장을 위한 환경설정이다. 환경설정이 되었다면 목표를 설정한다. 운동을 하는 목표를 운동능력 향상으로 설정했다면 진행 상황에 맞는 전략을 사용하면서 결과물을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목표에 온전한 확신과 열정을 품고 헌신해야 한다.
근육은 한계를 밀어 부칠 때 한계를 벗어나 높은 단계로 넘어설 수 있다. 헬스장에선 매일 고통과 한계를 넘어서려는 사람들을 만난다. 얼굴에 오만상을 쓰고 평소라면 남에게 보여주지 않을 못나고 널부러진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어깨에 백 킬로를 짊어진 힘센 사람도 30킬로를 들고 있는 사람도 각자의 목표를 향해, 자신만의 한계를 넘기 위해 보이는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 바보처럼 보이고 실수하는 것이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적당히 괜찮아 보일 만큼만 하고 싶은 마음이 밀려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