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목표

4장. 근육이 준 자유

by Jamie




일주일이 지나도록 운동을 하지 못했다. 생활에, 다른 재밋거리에 운동이 밀렸다. 나에게 빚진 마음이 들었다. 토요일 아침, 헬스장에 가서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나와 주차장 차 안에 앉아 도서관 어플을 확인했다. 동네 작은도서관에 찾는 책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찾던 책을 빌리고 그 책 주변에 있던 책을 몇 권을 더 들고 왔다. 손은 무거운데 마음은 들뜬다. 이렇게 운동만 하고 책만 봐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 재미있는 일만 하려는 최근의 내가 바보 같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 햇살이 유난히 밝고 하늘도 맑았다. 운동과 책 빌리기, 좋아하는 것을 세트로 하는 주말의 오전 시간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잠깐의 충만함으로 기쁘게 집으로 돌아간다.

우연히 데려온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보니 귀한 보석처럼 느껴져 가슴이 차오를 때가 있다. <이야기는 진료실에서 끝나지 않는다(폴리몰랜드, 옮김, 바다출판사, 2024)>의 주인공 의사와 그 의사가 만나는 환자들의 삶을 보며 그랬다. 호감이 가는 대상을 보면 귀엽다는 느낌이 든다. 귀엽다는 말은 어린아이, 작고 예쁜 동물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의 싱싱하고 포동한 외모 때문이다. 귀엽다는 감정이 꼭 외모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오래가는 귀여움은 다른 데서 온다. 그 사람이 가진 독특함이 진실한 마음과 어울려 드러날 때 오래 함께 지내고 싶은 귀여운 사람으로 마음에 남는다. 이야기 속 귀여운 주인공은 영국의 한 시골마을에서 일하는 중년의 여자 의사다. 의사는 환자들과 같은 마을에 살면서 환자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 환자마다 진료의 방향을 정한다.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의사로서의 직업윤리이고 자신의 삶에서 실천을 통해 보여준다. 그는 일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삶을 이끌어 나갔으며 그런 자신을 행운아라고 여긴다. 그럼에도 자전거를 탈 때 의사라는 일의 무게가 줄어드는 기분을 느낀다.(52쪽)라고 하는 걸 보면 스스로 짊어진 무게와 그 무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아 사이에서 섬세하게 균형을 잡으며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맞는 균형점을 찾는 그 섬세함이 그의 직업인으로서의 열정과 개인으로서 추구하는 자유로움을 조화롭게 했다.

나에게는 주어진 역할들이 있다. 역할에 맞는 태도를 갖추고 충실히 해내야 하겠지만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도 중요하다. 역할을 벗어 던져버린 것 같은 시간이 나를 나답게 한다. 나다움은 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느슨하게 하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과 목표를 바라보게 한다. 나는 백발의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다. 삶과 마음이 부칠 때 몸을 움직이며 긍정의 길로 다가가고, 삶의 공식들을 찾는 것에 기뻐하는 노년을 그린다. <죽음의 수용소>를 쓴 빅터 플랭클 박사는 수용소에서의 삶을 관찰하면서 생존은 의미를 추구하고 찾는 과정에 달려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삶의 의미는 자기 안에서가 아니라 세상에서 찾음으로서 인간다움을 실현할 수 있다고도 했다. 영국 시골의 한 의사는 남들이 선택하지 않는 길을 선택하여 걸어가면서도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이끈 자신을 행운아라고 했다. 그 의사의 삶에서 찾은 가치가 바다 건너 한국의 소도시에 사는 여자에게 전해졌다. 몰랐던 가치를 발견할수록 주변 세계는 커지고 커진 세계가 다시 자신의 옳은 가치로 흘러넘칠 때 곧 선한영향력이 된다. 짊어진 무게의 균형을 잡는 일이 쉽지 않다. 내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 확신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믿고 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간을 충실하게 채워나가며 끊임없이 연습하는 수밖에. 연습하다 보면 힘들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조화로울 수 있는 날이 오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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