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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smiths Feb 07. 2020

축록전 (逐鹿戰) 4

- 수말당초 군벌 쟁투, 대당제국 창업기

당나라가 정국 왕세충과 대결을 벌이던 와중,

북방에서 유무주가 돌궐의 군사를 지원받아 당의 옛 근거지를 포함, 황하 이동 지역을 점령하며 남하했고,  

중소군벌 왕행봉과도 제휴하여 또 다른 방향으로 당의 영역을 침범하게 하였으며,

유무주를 지원해준 북돌궐의 시필가한도 혼란한 틈을 자신의 직속군을 추가로 보내 당의 영토를 휘젓고 다니도록 하였다.


이세민은 일부군을 남겨서 왕세충을 방어케 하고, 자신은 군대를 몰아 유무주를 맞서러 출동했다.

당대의 제갈량 이세적은 유무주군을 단독으로 상대할 수 있도록 먼저 왕행봉과 시필가한의 직속돌궐군을 무력화시키기로 한다.

당의 기병

돌궐은 동돌궐 서돌궐로 나뉘는데, 동돌궐은 또 북돌궐과 남돌궐로 나뉘었다. 그 중 북돌궐은 동돌궐 전체의 가칸(가한)이며 그가 바로 앞서 말한 시필가한이다.


그런데 서돌궐은 대체로 동돌궐보다 지위가 낮지만 독립된 세력이었는데, 수나라가 강력할 무렵, 수나라 외교관 장손성(터키 역사책에서는 수나라의 스파이라고 묘사한다)의 획책으로 서돌궐이 분리독립, 동돌궐과 라이벌을 형성하게 했다. 그 뒤로 서돌궐과 동돌궐은 대결국면이 있었다.


이를 간파한 곽효각은 서돌궐을 찾아가 많은 조공품을 바치고 당과 외교를 맺도록 한다. 상납금의 댓가는 서돌궐의 일지군을 보내서 시필가한의 북돌궐군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수당양조사전에 따르면 서돌궐군은 북돌궐군처럼 변장하여 시필가한의 본진으로 잠입하여, 기습공격하였다. 북돌궐의 본진이 흔들리자, 시필가한은 당나라를 휘젓고 다니던 돌궐부대를 철수토록 하여, 자신의 본진 방어에 전념하도록 했다.

서역을 향해 가는 당군

곽효각이 당의 영내에 있는 돌궐부대를 무력화시키자, 왕행봉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믿고 있던 돌궐군이 북방으로 물러갔다고 하고, 유무주의 주력부대인 송금강 역시 이세민에 막혀 지원하러 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포주에서 대패하면서 곧바로 항복을 선언하였다.


이렇게, 왕행봉과 시필가한의 돌궐군을 물리쳤으니, 유무주의 군대를 단독으로 상대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유무주가 보낸 송금강의 부대에는 천하의 효장 울지경덕이 있었다.


울지경덕이 백벽관을 지키자, 이세민 아래 기라성 같은 영웅들도 울지경덕을 당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세민이 울지경덕의 손에 죽을 뻔한 일도 여러번 있었다. (美良川秦王三跳澗, 즉, 진왕 이세민이 울지경덕에게 죽음을 당할 뻔 하여, 미량천을 세번이나 건너서 달아나야했다는 뜻이다.)


유일하게 울지경덕을 당해낼 수 있는 장수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으니, 그는 정왕 왕세충 아래에 있는 진숙보였다. 진숙보(진경)은 원래 이밀의 수하였으나, 이밀이 괴멸되면서 왕세충 아래로 들어가 있었다. 이세민은 울지경덕을 상대하기 위해 왕세충이 보유하던 진숙보를 귀순시키기로 한다.


진경(진숙보)

이세적의 반간계로 왕세충이 진숙보를 의심케하고, 결국 진숙보는 반심을 품은 것으로 몰려 죽임을 당하느니 당으로 귀부한다. 진숙보는 전회에 이야기한대로, 울지경덕의 초상화에 먹칠을 하는 일화를 남기고 곧바로 이세민에게 향한다.


울지경덕과 진숙보는 라이벌 전을 벌였고, 마지막까지 둘은 천하의 라이벌로 남는다. 천하의 두 용장은 귀신마저 떨게한다고 하여, 지금도 문을 지키는 문신으로 두 사람의 모습을 부적처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하단 그림 참고)


결국, 진숙보를 데려와도 울지경덕과 승부를 내지 못하고, 이세민은 울지경덕마저 손에 넣고 싶어 한다. 이번에도 울지경덕과 송금강을 반목케 하여 송금강이 울지경덕을 지원하지 않게 만든 다음, 울지경덕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이렇게 송금강과 울지경덕이 상호 협조하지 못하게 만들어 난공불락같던 백벽관을 통과한다.


철편을 든 울지경덕(좌)와 쌍간을 든 진경(우), 문 앞에 붙이는 부적으로 쓰인다.

패배한 송금강은 유무주에게 모든 패배의 원인을 울지경덕으로 돌리며 모함하였고, 결국 울지경덕은 개휴성에 고립되었다. 송금강 역시 철문을 굳게 닫고 방어만 하여 움직이지 않았는데, 움츠러든 적은 격파하기 어려운 법이다.


이세민은 뒷길로 돌아 병주의 유무주 본진으로 군대를 몰아가는 척 하자, 송금강은 본진을 구하기 위해 성에서 마침내 나오게 되고, 이를 기다려 매복했던 이세민의 군대에게 송금강은 패배하고 토욕혼이 다스리는 지역으로 달아났다. 유무주 역시 대부분의 군사들은 전방에 있었기에 병주성을 버린 채, 북돌궐의 품안으로 숨어버렸다.


유무주는 재기를 노리려 하였으나, 당은 사신을 보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은 돌궐을 섬기려하나, 유무주가 당과 돌궐을 이간하려 한다’며 더 큰 조공을 약속하였다. 그러자 유무주는 본인의 기반이었던 마읍으로 돌아가려고 하다가 들통나서 죽음을 당했다.돌궐을 배반하고 토욕혼으로 숨은 송금강 역시 추격대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만다


유무주가 죽자 울지경덕은 마침내 이세민에게 귀부하여, 두고두고 이세민을 따라 맹활약을 하며 큰 공들을 세운다.

현무문의 변 (형제의 난)

특히, 당고조 이연에겐 태자 이건성, 차남 이세민, 삼남 이원길이 있었고, 그들이 왕좌의 게임을 벌였는데, 이른바 현무문의 변으로 불리는 사건으로 이건성, 이원길이 제거될 때, 울지경덕의 공이 컸다.


이제 낙양의 정왕 왕세충, 하북의 하왕 두건덕이라는 두 거물을 넘고, 강남의 군벌들을 제거하는 일만 남았다.


다음 마지막 회에서 당의 천하통일과 함께 이야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축록전 1: https://brunch.co.kr/@goldsmiths/23

축록전 2: https://brunch.co.kr/@goldsmiths/24

축록전 3: https://brunch.co.kr/@goldsmiths/25
축록전 5(완): https://brunch.co.kr/@goldsmiths/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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