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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smiths Feb 05. 2020

축록전 (逐鹿戰) 2

- 수말당초 군벌 쟁투, 대당제국 창업기

전회에 이어,

이제 시대 상황은, 수나라는 저물고, 여러 군벌들이 각지에서 스스로 칭왕하며 군웅할거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당왕 이연, 위왕 이밀, 정왕 왕세충, 하왕 두건덕, 허왕 우문화급의 세력이 당시의 형국을 주도하고 있었다. 앞서 말한듯, 모두가 수나라를 가벼이 여기고 반란을 일으켜왔음에도, 마지막까지 건들지 말아야할 대상, 즉 수황제를 시해하는 역사적 죄를, 우문화급이 저지르고 말았다.

"사람으로 태어나 잠시라도 황제노릇을 해보고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문화급의 이런 욕망은 스스로를 만인의 적이자 역사의 적으로 만들고 말았다.  


각설하고, 우문화급은 강도(양주)를 벗어나 서서히 북진을 한다. 우문화급은 이밀과 두건덕의 세력 사이를 지나가게 됨으로써 마침내 주요 군벌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수말당초 군웅할거도


우선 우문화급은 동도(낙양)부터 수복하고자 하였다. 그 때도 이밀은 여전히 낙양을 공타하고 있었는데, 전방에는 낙양성을 두고 왕세충 세력과 대결을 벌이면서, 후방에서 올라오는 우문화급 세력이 북상하고 있어서, 둘 사이에서 협공을 당할 수도 있었다.


반대로, 왕세충을 비롯한 낙양세력들은 우문화급이 낙양을 차지하기 위해 북상하고 있고, 이밀과 협력하여 낙양을 공격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에 낙양의 왕세충은 먼저 수를 쓰기로 한다. 이밀에게 수나라의 이름으로 큰 벼슬을 제공하며 화의를 맺는다. 이밀은 반란의 수괴라는 딱지를 떼고, 비록 망국이지만 조정으로 벼슬을 받는데에 큰 의의를 둘 수 있었다.  대신, 이밀로 하여금 우문화급을 먼저 상대하게 하도록 유도했다. 이밀과 우문화급이 서로 다투다가 서로 소진될 경우에는 왕세충 입장에게 유리한 국면이 되는 것이었다.


이밀 입장에서도 낙양 왕세충과 화친함으로써 왕세충으로부터의 배후 공격을 방비하고, 우문화급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협상결과라고 보았다.


그러나, 천하의 공적인 우문화급을 처분하는 자가 수나라를 잇는 대의명분을 쥘 수 있었기 때문에, 우문화급을 상대하고자 장안의 이세민도 출격하였고, 우문화급이 북상을 하면서 두건덕의 세력권에도 들어오게 되었기 때문에 두건덕 역시 군세를 몰아 우문화급을 치러왔다.


결국 두건덕에 의해 우문화급은 패퇴하고 멸망했다. 수나라 이전 북부 중국을 통일한 북위의 황족 후손이자, 살수대첩 우문술의 아들인 우문화급은 이렇게 패망하고 말았다. 우문화급의 잔여세력은 도적 출신의 두건덕과 이밀보다는 같은 수군 출신인 낙양의 왕세충에게 흡수되었다  


진왕 이세민


한편, 이세민의 당군은 우문화급을 상대하던 와중에, 장안에 있던 이연에게 급한 소식을 듣는다. 장안보다 더 서쪽 금성에서 수의 정예군을 거느리고 있던 '설거'가 진나라라고 칭하고 당나라를 침입했다. 본디 설거가 이끄는 수나라 군은 당대 최강국 중의 하나인 토번(티베트)군을 방어하던 전방의 정예군이었다. 나라가 망한 시점에서 설거의 군대는 여러 군웅들처럼 독립을 선언하고, 진국이라고 칭했다.


당국의 이연은 황제로 등극하면서 각 왕자들에게 봉분을 했는데, 이세민을 진왕으로 봉했었다. 그 때문에 이세민을 진왕으로 표기하는 중국사서에서는 설거의 진나라가 혼돈을 야기할 수 있어서, 서(쪽의)진이라고 기록되기도 했다. 호칭이야 어떠하든 전쟁의 귀재였던 이세민은 서쪽의 설거를 제압하고 후방을 안정화했다.

티베트(토번) 기마대 사진 (1914년)


당이 서진을 맞아 대결을 벌일 무렵, 이밀과 왕세충 모두 우문화급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음에도, 둘은 다시 앙숙관계로 원복되었다. 이것은 낙양성 안에 왕세충파와 월왕파 간의 내부 정쟁에 따라 이밀에 대한 정책이 변하기 때문이었다.  


어찌되었건 둘의 대결은 교활한 왕세충 측에서 시작되었다. 낙양에 고립된 왕세충이 흉년으로 기근이 들었을 때, 흥낙창을 쥐고 있던 이밀에게 양곡을 빌려달라고 하자, 이밀은 통 크게 빌려주었었다. 그럼에도 배은망덕한 왕세충은 이밀이 혼란한 틈을 타서 이밀의 지역 배후를 습격해서 땅을 빼앗는다. 이 때문에 이밀과 왕세충은 다시금 앙숙이 되어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이밀과 왕세충의 대결에서 전반적으로는 이밀이 승리를 많이 가져가는 듯 했다. 그러나 결정타를 가하지 못했는데, 그럴 경우 기회는 상대방에게 넘어가기 마련이다.


마치 항우와 유방의 전쟁처럼 수차례 패하던 왕세충이 한번 크게 결정적 승리를 거두면서 당대를 호령하던 영웅 이밀의 부대는 괴멸되었다. 이밀은 하는 수 없이 장안의 이연에게 귀속하기로 결심한다.


서역출신 정왕 왕세충

당나라에 귀순한 이밀이 당고조 이연을 처음 보았을 때, 크게 실망했다  영웅의 풍모를 지닌 자신과 비교할 때, 이연은 평범한 필부처럼 보였다고 한다.

'저런 범부도 나라를 일으켜 유지하는데, 나는 어찌 이다지도 하늘이 보살펴주지 아니하였는가?' 라는 좌절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세민이 서진을 복속시키고 귀국할 때, 이밀은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이세민을 보는 순간, 왜 당이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이밀의 통찰로 묘사된 이세민의 위엄인데, 실제로 당나라를 창업하고 수성하는데에는 이세민의 공이 매우 컸다.


이밀이 왕세충과 대결을 벌이고 있을 때, 이세민이 이밀의 수하들에게 생포된 적이 있었다. 그 때 포로였던 이세민은 이밀에 대한 원한이 있었고, 훗날 이밀이 당에 귀부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세민은 10가지 방법으로 이밀에게 모욕감을 주었다.


본디 위왕이었던 이밀은 당왕 이연과 이세민 세력보다 더욱 강성하였고 더 큰 세력을 이끌던 리더였다. 심지어 초기 이연과 이세민은 장안까지 무사히 진격할 수 있도록 이밀에게 스스로 신하를 자청하던 자들이었다. 그랬던 이밀은 이연의 수하에 있는 것도 모자라, 이세민에게 모욕을 당하였던 것이다. 이밀은 하늘을 원망하였다.


이밀은 모욕감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산동지방의 혼란을 평정하러 간다는 구실하에 장안을 떠나 재기하려 하였다. 그러나 반란은 실패하고 왕년에 가장 잘 나가던 군벌 이밀은 그렇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이세민에게 10가지 모욕감을 당한 이밀은 분함을 못이겨 자결을 시도하려 하였다.

각설하고, 천하를 호령하던 허왕 우문화급과 위왕 이밀이라는 두 거대군벌이 몰락했음에도 여전히 하북의 두건덕과 동도(낙양)의 왕세충이 한 축들을 담당하고 있었고, 아직 강남에는 형주의 초왕 주찬, 강릉의 양왕 소선 등이 건재하게 있었다.


이제 이밀이 사라지자, 당나라와 정나라(왕세충)세력이 직접 살을 맞대게 되면서, 국경에서 잦은 충돌이 일어났다. 진왕 이세민은 황제의 명을 받고, 정나라를 치러 출전했다.


그런데! 가장 위협적인 세력이 갑자기 나타났다. 유무주라는 인물이 당대 최강군사력을 가진 돌궐군을 이끌고 북방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그는 당나라의 최초 거병지이자 근거지인 태원을 금새 장악했고, 점차 남쪽으로 확장하며 당의 이전 근거지들을 차례로 뺏아가기 시작했다.


태원은 특히 이세민 세력의 고향이자 최후의 보루로서, 혹시 당이 망해서 수세에 몰릴 때를 대비하여 돌아갈 곳이었다. 그 중요성 때문에, 이연은 자신의 아들, 3남 중, 막내 이원길과 거기장군 장달에게 맡겨두었던 곳이었다. 그런 요처를 유무주에게 빼앗기다니!


게다가 유무주에게는 과거 두건덕과 자웅을 겨룩던 송금강이 의탁하고 있었고 당대 최고의 장수 울지경덕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돌궐

최대 위기에 빠진 당나라.

점차 확산되는 유무주 세력을 막기 위해 왕세충과 대결하고 있던 이세민을 불러들여야했다. 당은 왕세충을 막는 와중에, 일지군을 뽑아서 유무주의 확산을 저지해야했다.

진왕 이세민은 말을 몰라 유무주를 막기 위해 몰아쳐 갔다.


과연 이 당은 창립이래 최대의 위기를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

또 울지경덕은 얼마나 위대한 장수이기에 지금도 귀신을 쫓는 부적으로 사용되고 있는가?


다음 이야기는 3부에 이어서....


축록전 1: https://brunch.co.kr/@goldsmiths/23

축록전 3: https://brunch.co.kr/@goldsmiths/25
축록전 4: https://brunch.co.kr/@goldsmiths/26

축록전 5(완): https://brunch.co.kr/@goldsmiths/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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