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부부, 그들의 사는 이야기(08)
우리에게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어.
안 돼!
난 다시 너의 종으로 살고 싶지 않아!
푸하하하
남편과 저의 대화였습니다.
은근히 '나도!'라는 말을 기대했는데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진심은 아니였지만 말이죠.
처음부터 남편에게 반해 결혼까지 한 저로서는
살짝 튕기는 듯한 멘트가 오히려 자극이 되는 듯합니다.
그래! 두고보자!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가끔 남편에게 넌지시 되묻곤 했습니다.
다음 생에는 내가 남자로 태어날게
그때는 당신이 내 아내가 되 줘.
안 돼!
내가 너를 어떻게 믿냐??
그의 대답은 여전히 한결같았습니다.
그러나 뒤로 물러설 제가 아니죠.
저는 그의 대답에서 억지로 긍정의 답을 요구하곤 했습니다.
왜? 내가 정말 잘해 줄 텐데...
그러니까 다른 사람 만날 생각하지 마!
알았지??
그리곤 어이없다는 듯
남편은 한바탕 웃어넘기곤 했죠..
그러나 그렇게 이어져 온 대화가 지금은 저의 마음을 감동하게 합니다.
그의 진심은 언제나 변함없었지만
표현이 바뀌었기 때문이거든요..
우리 다음 생애에도 다시 만나자.
내가 당신이 어디있든 찾아갈게.
저도 모르게 드라마 '도깨비' 대사가 나와버렸어요.
그래, 꼭 찾아와.
기다리고 있을게.
이번 생애에서 네가 나를 찾아왔듯.
어디에 있든지 나를 찾아와 줘.
흑...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했습니다.
그의 말에서 전해진 사랑의 감정이 저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며
행복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말?
내가 다음에는 남편이 되줄게.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도록 멋진 삶을 살게 해 줄게.
저는 너무 좋은 티를 내지 않으며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조용히 쐬기를 박았습니다.
아니...
그냥 지금처럼 만나자.
대신 조건이 있어!
가슴은 풍만하고 허리는 날씬하고
다리는 공룡다리가 아닌 비너스처럼 하고 와!
What!!
푸하하하하~
너무 한 거 아닌가요?
부부란 서로 살아온 시간만큼 온갖 감정이 삶 속에 녹아듭니다.
그리고 단단하게 서로를 지탱해주는 '정'으로 쌓여갑니다.
'정'이란 사랑의 감정보다 더 깊고 진한 맛을 내는 된장 같아서
온갖 재료로 요리를 해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된장처럼
우리 부부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다음 생에도
더 깊고 구수한 된장같은 사이로 만나자고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