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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은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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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Oct 06. 2021

나에게 삶은...

삶은

산을 넘는 과정이다.


매번 오르기만 하다가도

가끔은 내리막을 마주하기도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끝도 없을 것 같은 오르막을 오르며

거친 바위를 붙잡은 맨 손이 부르터지고 갈라지고

핏 망울이 뭉쳐 굳어진 피부 사이로 원래 살갗 색이 어떤 것이었는지조차 모를 지경이 된다.


언제 끝이 날까.

이 지긋지긋한 오르막길...

도대체 언제쯤 평지가 펼쳐질까.

평지가 있기는 한 걸까?


숨은 이미 턱 밑까지 차오르고

가팔라지는 산등성이 정상을 쳐다보지만

곧 닿을 것 같은 그 정상은 아직 내 손 끝 저 너머에서 자꾸 뒤로 물러가기고 있다.


제기랄.

왜 나만 이런 고통이 오는 걸까.

아직 나에게 고난의 끝은 멀기만 한 걸까.

언제쯤이면 나의 업보를 갚을 수 있을까.


아니,

아직 덜 자라고 배워야 할 무엇이 남아있는가?

이 너머에 또 뭐가 있지?


그냥...

이대로 눈을 감고 싶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다.


삶이 지친다.

너무도...


잠시 눈을 감았을 때

아스라이 가라앉는 의식이

그렇게 평안할 수가 없다.


그냥. 이대로.

그렇게 영원히 눈을 뜨고 싶지 않다.


그러나

맨 손으로 부여잡은 이 손끝에서는

여전히 마지막 실낱같은 힘을 놓지 않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것이 삶인가...


아직 이르지 못한 정상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그래서 그곳에서 기다리는 희망을 가져보라는 것일까.


두 눈을 감고 있지만

여전히 손 끝에서 느껴지는 미미한 삶의 희망을

나는 버리지 못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아직 내 영혼을 지탱해주는

힘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나는 정상까지 올라가기로 한다.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지금의 이 처절한 고통보다 나을 것임으로...


나는 오늘도 그 험난한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고통으로 찌든 짭조름한 소금 땀이 눈을 찌르고 있다.


손 끝은 다 터져

갈라지고 터지고 핏 멍울이 맺혔지만

여전히 아직까지 남아있는 삶의 희망이

가져다주는 미미한 생명력으로 버텨내고 있다.


나에게 삶이란

산을 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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