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산을 넘는 과정이다.
매번 오르기만 하다가도
가끔은 내리막을 마주하기도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끝도 없을 것 같은 오르막을 오르며
거친 바위를 붙잡은 맨 손이 부르터지고 갈라지고
핏 망울이 뭉쳐 굳어진 피부 사이로 원래 살갗 색이 어떤 것이었는지조차 모를 지경이 된다.
언제 끝이 날까.
이 지긋지긋한 오르막길...
도대체 언제쯤 평지가 펼쳐질까.
평지가 있기는 한 걸까?
숨은 이미 턱 밑까지 차오르고
가팔라지는 산등성이 정상을 쳐다보지만
곧 닿을 것 같은 그 정상은 아직 내 손 끝 저 너머에서 자꾸 뒤로 물러가기고 있다.
제기랄.
왜 나만 이런 고통이 오는 걸까.
아직 나에게 고난의 끝은 멀기만 한 걸까.
언제쯤이면 나의 업보를 갚을 수 있을까.
아니,
아직 덜 자라고 배워야 할 무엇이 남아있는가?
이 너머에 또 뭐가 있지?
그냥...
이대로 눈을 감고 싶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다.
삶이 지친다.
너무도...
잠시 눈을 감았을 때
아스라이 가라앉는 의식이
그렇게 평안할 수가 없다.
그냥. 이대로.
그렇게 영원히 눈을 뜨고 싶지 않다.
그러나
맨 손으로 부여잡은 이 손끝에서는
여전히 마지막 실낱같은 힘을 놓지 않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것이 삶인가...
아직 이르지 못한 정상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그래서 그곳에서 기다리는 희망을 가져보라는 것일까.
두 눈을 감고 있지만
여전히 손 끝에서 느껴지는 미미한 삶의 희망을
나는 버리지 못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아직 내 영혼을 지탱해주는
힘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나는 정상까지 올라가기로 한다.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지금의 이 처절한 고통보다 나을 것임으로...
나는 오늘도 그 험난한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고통으로 찌든 짭조름한 소금 땀이 눈을 찌르고 있다.
손 끝은 다 터져
갈라지고 터지고 핏 멍울이 맺혔지만
여전히 아직까지 남아있는 삶의 희망이
가져다주는 미미한 생명력으로 버텨내고 있다.
나에게 삶이란
산을 넘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