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창이던 때 남편이 많이 아팠다.
속이 쓰리다며 밥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더니 급기야 고열에 시달리며 밤새도록 힘들어했다.
아무래도 너무 꼬슬꼬슬한 밥을 꿀꺽 삼키면서 식도를 긁어낸 때문인 듯했다.
처음에는 원인을 알지 못해 병원에 내원하기도 했지만 처방이라곤 사흘치 약뿐이었다.
약을 먹어도 효과는커녕 점점 심해지는 고열과 속쓰림으로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흰밥을 물에 풀어 만든 미음으로 간신히 속을 채웠다.
옆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미음을 만드는 것뿐이었다.
고열에 시달릴 때면
찬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었다
그러다 오한이 들면 담요를 덮어주었다.
발가락, 손가락 끝까지 차가워진 남편의 몸을 안아주면서
난, 한여름 차가운 냉방을 대신했다.
50대 후반, 이제 곧 60을 바라보는 나이
남편과 나는 많은 것이 변해가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행사를 치르듯 감기를 앓을 때도 사흘이면 자리를 털고 일어났는데
이제는 일주일을 꼬박 끙끙 앓는다.
병치레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외식을 할 때면 군침을 흘리며 삼겹살을 6인분 이상 먹고도
돌아서면 배가 고파 집에서 라면에 밥까지 말아 먹었더랬다.
그런데 지금은 소화력이 떨어져 배부른 한 끼보다 적당한 한 끼가 더 즐겁다.
탄수화물이 가득 든 빵을 좋아해 빵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는데
이제는 더부룩한 속이 걱정돼 그냥 질끈 눈을 감고 지나친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 '에구에구...' 신음 소리를 내며
천천히 무릎을 일으킨다.
그리고 성큼 내딛지 못하고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뼈 마디마디를 맞추듯
긴장하며 걸음을 걷는다.
뛰는 것보다,
빨리 걷는 것보다
느릿느릿 여유를 즐기며 걷는 게 더 건강에 좋다고 서로 위안을 삼는다.
그러고는 호수공원을 뛰는 젊은이들을 보며 내심 부러워하는 나이.
나도 저 때는 저렇게 뛰어다녔는데..
아직 젊다고 우겨대지만
사실은 내 몸은 말한다.
너는 지금 나이가 들었어....라고.
이렇게 우리는 어느새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흰머리가 지긋하게 올라오고
주름이 깊어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세월을 인정하는 성숙함을 배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월을 비껴갈 수 없는 신체가
걸음을 맞추지 못한 채 뒤떨어져 걷고 있는 영혼을 재촉하는 것이다.
내 영혼과 신체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함께 세월이라는 시간을 마주하게 될 때
우리는 생과 사의 모든 과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나이 듦이란 결국
내 영혼이 가을 벼처럼 노랗게 익어가는 과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