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움켜쥐려고 주먹을 쥐었더니
내 손에 들었던 행복과 감사가 빠져나갔다.
두 손에 쥐었던 욕심과 근심을 비우고 나니
사랑하는 사람을 쓰다듬을 수 있었고
바람을 만질 수 있었고
내 안쓰러운 어깨를 토닥일 수 있었다.
진작 놔 버릴걸...
너무 오랫동안 움켜쥐고 살았나 보다.
글 / 사진 / 알럽써니
무더위를 피해 도서관으로 피서를 대신하면서 밀렸던 독서에 빠져들고 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선상 미스터리 단편을 읽으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이따금 정신을 차릴 때 들려오는 잔잔한 음악에 마음의 피로를 풀어낸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도서관은 아침 일찍부터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가 힘들고 고단한 피서지 대신 조용하고 편안한 휴가지를 선택한 듯하다.
저녁에는 학원 수업을 마친 나를 마중하러 남편이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이마트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사서 가방에 넣고 호수공원으로 향한다. 매일 저녁 음악 분수가 춤을 추며 공연을 하는 동안 우리는 습하고 무더운 여름 저녁을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채운다.
지금 우리는 행복하다.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려 했던 마음의 욕심을 비웠기 때문이다.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으니 자연스레 몸이 가벼워진다.
비죽이 솟아난 흰머리를 뽑아주면서
서로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예뻐해 주고
함께 여름밤 호수공원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에 하루의 피로를 푸는 동반자,
살짝 취기 올라 집으로 향하는 길에
바람을 따라 흘러나오는 노랫가락으로 흥을 돋운다.
내가 누울 곳이 있고
함께 할 따뜻한 사랑이 있고
즐겁게 일할 직장이 있다면
그곳에 진정한 행복이 소리 없이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