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공부하면 좋은 이유(06)
돌무더기와 흙무더기입니다. 어릴 적 흙장난을 할 때, 흙으로 무더기를 쌓아놓고 잘 다져서 두꺼비 집을 지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닷가에 놀러 가서 젖은 모래로 흙무더기를 쌓아놓고 가운데 깃발을 꽂아 쓰러뜨리는 게임도 했구요.
이러한 돌무더기와 흙무더기는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중세의 토담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또한 이러한 건축의 유형은 자연계에서 발견되기도 하는데 비버의 거대한 오두막집과 개미 탑에서 발견됩니다.
우리 인간도 결국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의 건축법으로부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 같습니다. 그런데 비버나 개미, 벌, 새 등의 동물들이 섬세한 솜씨로 자연에서 재료를 구하고 에너지 낭비가 없는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을 보면 경외심이 들기까지 합니다.
자연을 잘 살펴보면 완벽에 가까운 건축물이 더러 있는데 그중 육각형의 벌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에 숨어 있는 육각형의 비밀에 대해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벌집은 양봉장에 가면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벌집은 가장 가벼운 재료로 냉방과 난방이 완비된 가장 효율적인 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벌집은 육각형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균형 있게 힘을 고르게 분산시켜서 안정적인 구조입니다. 그리고 벌집 무게의 30배에 달하는 꿀을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합니다.
흔히들 허니콤 구조하고 불리고 있는 육각형의 구조는 건축물이나 원단 등 실생활에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도심 속의 벌집이라는 뜻을 가진 어반하이브 URBANHIVE 건물이 있습니다. 어반하이브 건물은 70m 높이의 17층 건물인데 노출 콘크리트 벽 구조로 된 건물로서는 최초입니다. 어반하이브 건물은 육각형으로 정밀하게 엮어 건물의 뼈대를 만들었고 외벽에는 구멍을 뚫어 벌집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콘크리트의 무거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인데 그 비밀이 바로 육각형의 벌집 구조입니다.
또한 시속 300km 이상의 고속으로 달리는 경주차의 경우에도 육각형의 벌집구조가 사용되어 운전자를 보호해 주고 있습니다. 경주장에서는 고속으로 질주하다가 차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차는 사고로 산산조각이 나는데도 운전자는 멀쩡합니다. 그 이유는 경주용 차를 육각형 벌집 구조의 알루미늄판을 차체에 끼워 만들기 때문인데 윗면과 옆면에서 엄청난 힘으로 충격을 가해도 무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육각형 벌집 구조의 안정성을 이용하여 충격에 대비한 장치들이 실생활에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대형 망원경 등의 민감한 과학기기에도 육각형 벌집 구조가 이용되는데 그 무게를 견디는 견고함과 계절상의 온도와 습도 차이를 견디는 내구성과 보온성, 공기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육각형의 벌집구조는 노트북이나 반도체에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민감한 고가의 기기를 보호하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많은 양의 정보를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육각형의 벌집구조는 우리의 실생활에 많은 곳에 활용되고 있는데 신발의 깔창이나 섬유, 커텐, 가구 등에 이르기까지 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자연을 재료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의 생활에 비하면 어쩌면 인간의 것은 그에 비해 지극히 비효율적이고 환경에 반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독일의 사회주의자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동물은 외부의 자연을 이용하며 자기의 존재에 의해 그 자연 속에 변화를 일으킬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을 자기의 목적에 복무하도록 만들며 자연을 지배하려 한다. 이것이 인간과 다른 동물들과의 본질적인 차이다."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위대한 비밀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수학입니다. 그 수학을 통해 거꾸로 자연의 소중함도 배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