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특색없이 막 생겨서 찍는 사람 없었을까. 책을 빌려 나오는 길에 도서관 외관을 한 컷 찍었는데 20m쯤 떨어진 곳에서 중년 아재 하나가 뭐라뭐라 소리친다. 혼자 갔으니 도통 나를 부르는 줄 몰랐는데, 가만히 보다보니 손가락 끝이 나를 향했더라. 오가는 사람 얼마 없고 뒤를 봐도 나뿐이라 나를 부르느냐 물었더니 사진은 왜 찍은 거냐 고래고래 소리친다. 공공도서관 외벽도 허락맡고 찍어야 했나 집나간 어이를 찾을 길 없다. 정신을 붙들고서 왜 안 되나 물었더니, 자기가 도서관 관리자인데 허락을 안 맡지 않았느냐 쏘아붙인다. 허락을 맡아야 하는 건 대체 어느 법이냐고 물으니 되려 찍어도 되는 법을 가져오란다. 거듭 따지니 결국에는 물러가는데 뒤에 남기는 말이 더욱 가관이다.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덩그러니 남겨져 생각해보니 참말로 이상한 일이라. 그러니까 이 사람에게 안 이상한 사람이란 도서관 외벽을 찍기 전에 누군지도 모르는 도서관 관리자를 찾아 허락을 구하는 사람이요, 관리자의 손가락질과 반말과 비합리적인 주장에도 그렇구나 납득하는 사람이다. 그런 게 정상이라면 나는 기꺼이 이상한 사람일 밖에. 나라 법 없는 곳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은 내가, 내 나라 내 고장 법이 선 이 땅에서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 행정실 문을 열어 젖히니 과연 아까 그 아재 기세등등 앉아 있다. 우선 아재 명패부터 찍어놓고 녹음을 하겠노라 말하고는 도서관 정책과 아까의 사정을 따져묻는다. 미리 양해를 구하진 않더라도 외관이 아름다워 찍는다 했다면 허가해줄 요량이었다는데, 앞뒤 바뀐 소리도 정도껏이어야지. 더구나 어느 누가 이 도서관을 보고서 아름답다 하겠느냔 말이다. 끝내 할 말 다 하였느냐 도서관 입장인 줄 알겠노라 하였더니 별말 없이 그러란다. 어째서일까. 왜 사람은 때를 만나고도 기회를 놓치는가. 까닭모를 슬픔 위를 사박사박 걸어간다.
2019. 12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