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입사해 한 번 퇴사 후 재입사까지, 따져보면 5년 정도 다녔다. 그간 5번의 상을 받았으니 아주 인정받지 못한 건 아닌 듯하다.
개인과 조직과 사회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는 일, 제 이름으로 무언가를 내고 그로부터 어떤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건 다른 곳에선 갖기 힘든 기회가 분명하다. 퇴사까지 딱 닷새가 남은 오늘, 돌아보면 찍힌 발자국 하나하나가 모두 마음에 든다.
올해 상반기 특종상 후보로 추린 4편의 보도는 모두 상당한 공력이 들어갔다. 비록 상을 받진 못했으나 되새겨 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어린이집 학대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의심아동 측이 경찰서에 제출된 CCTV를 열람하는 문제에 대한 것이다. 기존엔 개인정보보호법을 기계적으로 해석해 경찰이 아동 측 가족에게 막대한 모자이크 비용을 물도록 한 뒤에야 영상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영상을 이용할 때 영상에 찍힌 모든 이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원아와 교사 등을 모자이크하고 피해의심 아동만을 볼 수 있도록 하려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보도한 기사는 부산 기장경찰서가 피해의심 아동 부모에게 열람을 위해 1억원이 넘는 비용을 안내한 것으로, 수십곳의 언론이 받아쓸 만큼 파급이 컸다. 결국 경찰 수사지침은 물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이 바뀌는 성과를 이끌었다. 앞으로 피해의심 아동 부모들은 비용부담 없이 영상을 보고 자신의 아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는 정인이 사건 공소장을 국회가 공개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보도다. 입양 뒤 지속적인 학대를 받다 생후 16개월만에 사망한 고 정인양 사건은 국내 모든 언론이 큰 관심을 갖고 다룬 사안이다. 정인양 사망 이전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권력이 입양아동 학대문제를 얼마나 불성실하게 취급하는지를 만천하에 내보였다. 검찰은 처음엔 입증이 쉬운 아동학대치사죄만 적용해 기소했다가 여론악화에 직면하자 뒤늦게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또 한 번 부모 없는 아이가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우려해 일부 국회의원들은 법무부에 공소장 공개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공개를 거절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피의사실공표 문제를 우려해 공소장 비공개 원칙을 세웠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유족이 있는 경우 공소장을 미리 받아볼 수 있고 그로부터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가해자인 양부모 외 법률적 유족이 없는 정인이에게 부당한 상황이었다. 형사사건은 피해자 대신 검찰이 재판 당사자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공소장은 최소한의 견제수단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세번째는 인도에 기항한 케미칼 선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한국인 기관장이 사망했다는 보도다. 해당 선박은 일본 선주사 파나마 국적선이었는데 선장과 기관장 등 선원 일부가 한국인이었다. 이들은 인도에 기항해 감염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확진되는 등 방역 능력이 상실된 인도에 한국인 선원이 들어가고 심지어 감염돼 사망한 사실을 지적한 첫 사례였다. 특히 주무부처조차 본지보다 빨리 사안을 인지하지 못했고 한국 선주 선박이 아니란 이유로 사실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의미가 컸다. 이미 해상에서 고통을 호소했고 UAE 항만에 도착해서도 하선 허가를 받지 못했던 이들은 기관장이 숨지고 현지 영사관이 적극 나선 뒤에야 하선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은 윤지선 세종대 교수 관음충 논문 보도다. 본지 보도 전 무려 2달 넘게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지만 특종상에 제출한 6건의 연속보도는 처음으로 논문을 직접 읽고 검증한 것이었다. 트래픽을 노린 소모적 기사 대신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했고, 학술논문을 꼼꼼하게 분석했으며, 생물학계와 철학계 저명인사의 입장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램지어 사태와 마찬가지로 근거가 박약한 내용을, 심지어는 특정 성별에 대한 혐오가능성이 충분함에도 마치 사실처럼 주장했는데, 이런 논문이 KCI급 논문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자체 검증에서 법률적, 사실적 문제점이 전혀 나오지 않았음에도 내용증명 한 통에 보도가 중단된 점은 치욕스럽기까지 했다. 이에 6건의 기사를 특종상 심의에 올려 가치를 따져보고자 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2021. 6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