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서

단상

by 김성호

일평생 누구에게 변치 않는 애정을 약속하고 그만큼 귀한 헌신을 맹세하고 갈수록 무거워질 책임까지 기꺼워하겠다 다짐하는 일. 어쩌면 모두가 이룰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결국은 금이 가고 손상되어 실망할 수밖에 없는 일. 사랑을 하고 그 마음을 지키고 우정을 나누며 서로에게 충실하고, 나는 그런 걸 잘 알지 못할 뿐더러 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단 걸 깨닫는다.


관계는 불확실하며 오늘의 믿음조차 내일은 변할 것이 분명한데 그럼에도 기꺼이 전진하려는 맹목적이어서 아름다운 사람들을 본다. 대체 그들은 나와 얼마나 다른 것일까. 추하게 시들 꽃송이도 오늘 피어나서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데 나란 인간은 기어코 내 숨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변하고 저물어가는 관계들과 깊고 우아해지는 인간들과 그보다 훨씬 많은 그냥저냥 살아가는 삶들을 대면하면서, 그 모두에게 한때나마 선명했을 각오가 있었다고 믿어보면서, 결국 내가 마주한 건 길고 질어 지겨워진 우라질 그리움이다.



2022. 7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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