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선호하지 않는 내가 맥주를 즐기는 단 하나의 계절이다. 초밥에 맥주를 곁들이는 것도 부페에서 맥주로 쭉 달리는 것도 오로지 이 계절에만 있는 일이다. 물회와 냉면은 습하고 찌는 날씨에 땀을 흠뻑 빼준 뒤 먹어야 진가를 발한다. 무엇에든 초고추장이며 식초와 겨자를 팍팍 쳐도 용서되는 유일한 계절이다. 땀범벅이 되어 에어컨 안 트는 국밥집에서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말아먹으면 그게 또 그렇게 맛이다. 그러고는 아무 카페나 들어가 대가리 깨지고 눈알 뽑힐 만큼 차가운 쉐이크 한 대접 달래서 마시면 끝장나는 거다. 무엇보다 여름은 한심한 놈들과 그렇지 않은 놈들을 확실히 갈라놓는다. 시덥잖은 일로도 불평 불만에 온갖 짜증을 부리는 얄팍한 녀석들이 이 계절엔 흔히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반대로 꾸밈없는 이들은 이 계절에 가장 사랑받고는 한다. 그러고보면 뭐든 잘 상하게 하는 계절에도 그만의 미덕이 있는 법이다.
2022. 7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