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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개똥도 술을 생각나게 한다

단상

by 김성호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데 허구한 날 집앞에 보이는 개똥은 무언가 하여 가만히 살펴보고 있자니 개똥이란 개가 먹고 소화기관을 거쳐 배출한 것으로 그 성분이라면 먹은 것에 따라 다를진대 한반도 개들이란 주인이 먹다 남긴 음식물을 먹는 것이 유구한 관습이나 요즈음은 물 건너온 개들에게 주인보다 비싼밥을 먹이는 게 경향이라고들 하더니 과연 이 개똥에선 황금빛이 감도는 게 시시한 사료는 먹지 않는 고고한 개의 위엄이랄까 그런 것이 깃든 것도 같아서 나는 그만 고생물학자의 은근한 자세로 똥의 역사를 역추적하는 상상을 해보다가는 뭐랄까 노르웨이산으로 위장한 어디 산골 양식연어를 몇마리쯤 갈아넣은 고오급진 사료를 주식으로 삼지는 않았을까 그런 생각에 닿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개사료 순위를 살펴보면 태반이 저어기 물건너 온 것들인데 개들 또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건너 저어기 물을 건너 온 것이라 따지자면 혓바닥이 제 고향과 닿는 것으로 나는 그 사연이 슬프고도 처연하여 감히 할 말을 잊은 채로 아무렴 북유럽 개새끼는 덩치 큰 생선을 먹어야지 하고 그 생선 사료로 갈려나갔을 수많은 잡어들의 운명을 생각해보다가는 그 잡어를 또 잡고 사는 잡어보다 못한 후진국 어민들의 눈물나는 삶이며 발디딜 곳 없는 쪽배를 타고서 원양에 띄워져 고기를 낚아 올리는 가난한 아이들을 떠올리다가 다시 기적을 뱀뱀 울리며 그 곁을 지나가는 원양상선의 항해사가 귀에는 무선이어폰을 꽂고 팟캐스트 매불쇼를 몰래 들으며 깔깔대는 모습을 상상하고는 그 상선에 실려 있을 베엠베 자동차 가격과 항해사의 월급과 물건너온 개새끼 몸값과 그런 개똥이나 쳐다보고 있는 나의 보잘것없음을 따져보고선 아 그래 술이나 땡기자 하여 오늘도 술 한 잔을 기울이러 단골집을 찾는다


그러고보면 개똥도 술을 생각나게 하는 것이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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