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runch.co.kr/@c3469d0e72504fc/3 - 하고잡이가 된 이유_1
2021년 3월, 첫째가 마스크를 쓰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어린이집 친구들과는 뿔뿔이 흩어져 아는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로.
초등학교가 달라지니 자연스레 어린이집 엄마들의 모임도 뜸해졌다. 모임이 뜸해지니 아이가 학교에 간 오전 시간에 할 일이 없어졌다.
'첫째에게 사춘기가 오면 우리는 어쩌지? 애가 매일 이렇게 울고불고하는데 너와 나의 관계가 과연 괜찮을까.'
멍하니 있는 고요한 오전에 이런 생각이 썰물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몇 날 며칠 걱정이 꼬리를 물어 나를 또 다른 불안감으로 안내했다.
그때 만났다. 내 인생을 바꾸게 된 수업을.
도서관은 무관심 장소였다. 그리고 책은 나와 내외하던 사이다.
2021년 3월.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왜 도서관 사이트를 들어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마도 핸드폰을 보다가 우연히 검색을 타고 타고 들어간 것은 분명하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우연한 검색이 인생의 기회를 건져왔다. 학부모 하브루타 수업을.
봄바람이 살랑이는 3월 중순 화요일 오전 10시, 첫 수업이다.
나만 모르는 것 같다. '하브루타'가 뭔지, 그림책은 애들만 읽는 게 아니라는 것도.
수강생 중에는 강사 선생님을 알고 온 사람도 많고, 책에 조예가 깊은 사람도 많다. 마치 나 빼고 다 아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나만 모르는 것 같은 수업에서 김재홍 작가의 그림책 [동강의 아이들]을 만났다. 동생 순이와 오빠 동이가 동강에서 놀며 멀리 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는 내용의 책을 들으면서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에서 주책맞게 울어버렸다. 그 시간이 그림책에 빠지게 된 순간이었고,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 날이다. 그렇게 종강할 때까지 매주 하브루타 수업만 기다리며 일주일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화요일 수업이 끝나고,
"학원을 안 보내면 불안하지 않나요?"
"학원은 언제든 우리를 기다려주는 곳이에요. 하지만 아이는 마냥 기다려주지 않잖아요? 일단 멈춰보고 안되면 다시 가면 되는 게 학원이에요. 승이는 아직 어리잖아요. 1학년인데요. 뭘. 한번 멈춰봐요."
불안함을 가득 담은 나의 질문에 삼 형제를 모두 영재원에 보냈다는 수강생분이 조언을 해주었다. 내 뒤통수를 축구공으로 뻥차는 느낌이다. 처음이다. 저렇게 말을 해 준 사람은.
그날 겪은 신기한 경험과 앞으로의 대책을 전화로 신랑에게 신나게 떠들어 댔다.
그리고 결심했다.
첫째의 모든 사교육을 끊기로.
우리 아이는 학원이 아닌 우리가 책임지는 걸로 신랑과 결의를 다졌다.
그때부터다. 내가 하고잡이가 된 것은.
하고잡이 5년 차
아이는 아이 인생을,
나는 내 인생을,
각자의 다른 인생을
존중하고 스스로 책임지고
노력하는 삶을 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