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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Aug 21. 2021

라오스, 분리수거 안 해도 다 가져가요

그래서, 쓰레기 버리는 건 한국보다 편하죠. 이용자로는...

라오스에서 여행이 아닌 생활을 하다 보면 한국보다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를 말해보자면,


분리수거


라오스에서는 음식물이나, 플라스틱, 종이, 재활용 등등 별도로 분리해서 버려야만 수거해가는 시스템이 아직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보기가 쉽지 않고, 심지어 쓰레기통 조차도 쉽게 찾는 것이 어렵기도 하다.


한 번은, 비엔티안 야시장이 끝난 아침시간,

노점상들이 없어진 퀭한 거리에 청소부만 남아서 전날 밤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고 옮기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그때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 버리는 사람들'이라는 것 정도로만 생각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특히, 라오스에서는 재래시장에서 뿐 아니라, 국물 음식, 포장음식 등을 테이크 아웃할 때에도 크고 작은 비닐봉지를 이용한다.

그래서 길거리 어디서든 비닐봉지 쓰레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최근에서는 비닐봉지와 1회 용품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물품과 개인 바구니 이용 등을 장려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고, 국제단체에서도 이를 위해 지원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체감상 많은 효과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그렇다면, 라오스의 분리수거되지 않은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가 될까?

아침마다 쓰레기 차량들이 돌아다니면서 일정 구역에서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라오스의 모습은 어린 시절 방역차와 쓰레기차, 심지어 x차를 보며 자랐던 나의 경험으로는 한국과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그 차들이 공통적으로 향하는 종착지인 쓰레기 매집장이 있었으니, 수도 비엔티안 시내에서 약간은 떨어진 싸이타니 지역에 있는 한 마을이었다.

약 100헥타르의 면적이 쓰레기로 뒤덮여 있는 이 마을은 마을 주민의 말로는 10여 년이 좀 더 되는 기간 전에 쓰레기 매립장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쓰레기 매립장을 방문하고 나서야, 분리수거되지 않았던 쓰레기들이 어떻게 처리되는 것인지 조금은 의문이 풀렸다.


쓰레기 매집장에는 산처럼, 그리고 뒤섞여 있는 쓰레기들과 그 쓰레기들을 실어 나르는 차량들이 보였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그 쓰레기들을 분리수거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쓰레기들을 분리수거하는 모습을 보는데, 거기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아 학교를 가지 않아서인지 어린아이들도 보였다.

모두 다, 쓰레기 매립장이 있는 인근 마을의 주민들이 이곳에 와서 일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 분리수거된 플라스틱이나 캔 등은 업체에 다시 팔거나 재활용에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주민들의 급여는 플라스틱 병 등을 분리수거하는 무게에 따라 일당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대충 들어도 낮은 일당임을 알 수 있었고, 일하는 환경도 마스크나 방역, 위생물품은 없어 보였다.


처음 차에서 내렸을 때의 퀴퀴한 냄새는 차에서 내렸을 때 역겨웠을 뿐, 계속해서 역겨운 냄새에 금세 익숙해져 버렸다.

광대한 쓰레기 매립장 중심에는 포클레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 옆에는 간이식당인지 간식을 파는 곳도 보였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합시다. 환경을 아낍시다'라는 백번의 캠페인 보다, 직접 와서 보는 한 번이 나에겐 더 와닿았다.

그리고, 확실히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느꼈다.


마치 제방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분리수거로 재활용될 수 없는 비닐봉지나 쓰레기들은 길가에 쌓여 작은 언덕을 만들고, 마치 '만들어진 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노부부인지, 가족인지, 쓰레기 매립장에서도 그나마 쓰레기가 없는 곳 한편에서 그늘막을 만들고 그 밑에서 마늘을 다듬고 있는 노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부터 이곳이 매립장이 되었는지, 정부에서 지원이 있는지...'


분리수거를 안 해서 편하다는 라오스.

분리수거를 안 해도 쓰레기를 가져가는 쓰레기 수거 차량.

그런데, 그것이 꼭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것이 맞다거나, 옳다거나, 또 괜찮은 건 아닌 듯하다.


1회용 사용과 분리수거, 라오스에서 편하다고 생각했던 생각이

쓰레기 매립장 방문은 나에게,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땅 위는 쓰레기가 쌓여 산을 이루고 있지만, 하늘은 여전히 맑다.

그나마, 맑은 하늘의 구름이 쓰레기 매립장의 퀴퀴한 냄새를 조금은 정화시켜주는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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