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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Jan 22. 2022

포크 좀 돌릴 줄 압니다

숟가락은 거들뿐

얼마만일까,


젓가락과 숟가락이 아닌 포크와 나이프, 그리고 숟가락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특히나 라오스에서 스테이크나 파스타를 먹기 위해 식당을 찾은 적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인 듯하다. 

분명 유럽 음식점이 많이 있고, 가격도 한국에서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많이 찾진 않았던 듯하다. 


그럼에도 가끔은 라면이나 짬뽕, 칼국수가 아닌 파스타를 먹고 싶을 때가 있긴 하다. 

오늘이 그런 날!

라면을 먹을까, 국수를 먹을까 하다가 맛있다는 스파게티 집이 기억났다.

항상 기억만 하고 가보질 않다가 오늘 어쩐 일인지 발걸음이 옮겨진다.




보통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젓가락 하나면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여기는 젓가락이 제공되지 않는다.


그렇다. 파스타, 오늘 포크로 한번 휘저어 볼 날이다.


아무래도 스트레스성 탄수화물 섭취 증세…라고 믿고 있다.


누가 봐도 스파게티 전문점일 거 같은 스파게티 식당.


“혼자세요?”


“네.”


“이리로 오세요”


라며 작은 테이블로 안내한다.



조금 이른 시간 식당엔 나 혼자이지만 몽환의 음악이 흘러나오며 마치 이른 저녁시간 칵테일을 마셔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음악의 유혹을 뿌리치고 먹는 것에만 집중. 정신을 차린다.


많은 메뉴가 보이지만 크리미 한 것 하나와  크리미 하지 않은 것 하나. -.-


까르보니라와 라자냐.


라자냐는 25분이 걸린다길래 빨리해줘 라며 급한 티를 좀 내고, 식당 내부를 잠시 살피는데,

흘러나오는 음악과 넓은 공간이지만 휑하지 않은 식당의 분위기가 맘에 든다.


잠시 후 세 가지 소스와 함께 애피타이저 빵이 나오고 3색의 소스를 빵에 올려 먹어본다. 다양성을 존중.


까르보나라가 식탁에 놓이고, 자연스럽게 오른손엔 포크를 왼손은 숟가락을 집었다.

왼손은 거들뿐, 오른손의 포크가 춤을 추듯 까르보나라 면을 휘어 감고 이내 동그란 타원의 모습으로 나를 위해 준비되고 있다. 

'어? 왜 이렇게 고급스럽게 말리지? 마치 영화에서 보던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잠시 들며 입속으로 고고~


쩝쩝 소리가 조금은 날 만도 하지만 입속에 들어온 까르보나라는 편안하게 조각나고 있다.


아무래도 나는 포크 좀 돌릴 줄 아나보다.


포크도 포크지만 까르보나라가 참~~ 맛있네~

느끼하지도 않고 적당히 잘 삶긴 면이 아무래도 오늘 포크에 잘 휘감긴 이유가 아닐까 싶다.


라자냐 등장~! 까르보나라를 먹고 나서도 15-20분이 지나고 나서 나온 라자냐. 

아쉽게도 까르보나라를 먹을 때보다는 포크의 용도가 다소 적어졌지만! 

'아~쫄깃한데? 이거 수제... 비 같..'


이런, 라자냐를 먹으면서 수제비 생각을 하다니 +.+

그만큼 쫄깃했다는 말~


파스타와 라자냐 두 그릇을 뚝딱할 정도로 맛있게 먹고 나온 하루.

맛있어서 좋았던 파스타 식당,

포크가 잘 돌아가서 기분 좋았던 하루 마무리.


**

친구들과 먹을 땐 젓가락으로 후루룩,

조금은 조신하고 싶을 땐 왼숟오포.


그나저나, 친구랑은 국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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