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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Feb 16. 2022

아침 일찍 움직이시는 이유가 분명 있으실 거야

자전거 한가득 짐을 실은 상인, 생각나는 당신

아침 일찍 과일이라도 사려고 잠시 재래시장을 들리는 길. 


걸음이 느린 몇몇보다 좀 더 앞서 가기 위해 빠르게 걷던 중,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분명 왼쪽으로 큰길이 있어 비켜서 앞서 나가도 되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생각을 하고 멈칫하기보다는 몸이 먼저 멈추었던 것 같다.


오토바이도 아닌 오래된 자전거 양쪽과 앞쪽까지 한가득 짐을 실은 어머님 한분.

그런데 어떤 소중한 물건이기에 저렇게 가득 싣고 가는가 보니...


천조각들을 모아서 붙여 만든 천으로 만든 깔판류의 제품인 듯했다.


예전 봉사활동 프로그램 중 어려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저런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해주는 단체의 활동을 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기론 저렇게 만든 제품의 가격은 그리 높지 않았다. 기껏해야 노력과 시간을 들인...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한참 아래의 노력으로 평가되는 가격이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기계가 만들고, 심지어 '파스' 값이 더 나오겠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잠시 생각났다.

어릴 적, 아니 어른이 되어서도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셨던 파자마. 


잠잘 때나 집에서 편안하게 입으라고 만들어주셨던 파자마였지만, 재질이나 천은 상점에서 파는 인조 재질 따위가 아닌 항상 좋은 재료로 만들어주셨던 것 같다. 


파자마의 모양이나 패션은 당연히 멋지지 않았다. 편한 걸 알면서도 처음에는 괜히 '이런 거 왜 만들어, 사 입으면 되지'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왜 그때는 '엄마가 해주는 게 최고야, 이런 거 5개 더 만들어줘'라고 하지 않았을까 잠시 생각이 든다.

어머니는 그저 당신이 만들어주는 파자마를 편하고 즐겁게 받아주길 바랬을 텐데 말이다. 



앞서 가시는 어머님은 분명 자전거에 실은 저 물건들을 시장에 팔기 위해 가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아침 일찍 무겁게 자전거에 싣고 오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분명, '가족과 아이들을 위해' 본인의 힘들고 번거로움은 아무렇지 않음으로 생각하고 움직이시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분을 앞서 가지 못하고 뒤에서 잠시 지켜봤다. 

지금은 어디 있는지도 모를 어머니의 파자마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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