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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Apr 01. 2021

라오스, 전문 요리가 없는 현지 맛집

나 빼고는 알고 있는 현지 맛집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2020년에는 자의든, 타의든 집에서 음식을 먹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코로나 19 감염에 대한 염려도 있었거니와 식당들의 줄이은 폐업과 운영시간 단축도 그 이유 중의 하나였다.


한 번씩 밖에서 외식을 하는 즐거움이, 이제는 '선택'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나 여건이 주어졌을 때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에서야, 상황이 나아지고 있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음식을 코로나 19 상황이 한창일 때와 비교해 식당과 음식을 비교적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 19 상황이 심각했던 2020년 상반기가 다시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상황이 조금 나아지고 난 요즈음, 외식을 자주 하지 않던 나는 그동안에 가지지 못한 기회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인지, 맛집이 어디 있나 한 번씩 찾아보곤 한다.


음식에 영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꼭! 먹어야 할 음식!' 이라며 줄을 서서 먹은 적은 살면서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지금 여기에서는 그래도 '현지 맛집'이라는 곳을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 현지 친구에게 물어보는 것을 보며, '경험과 변화된 상황'이 사람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사실, 현지 친구가 추천해주는 맛집의 몇 군데는 이미 다녀와 본 곳이었고, 추천해주는 현지 맛집이라는 곳을 보며,


아, 나의 입맛과 현지인의 입맛은 다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메콩강의 생선 젓갈이나 액젓, 맵고 달콤한 소스 등을 즐겨먹는 이들이기에 말이다.




여행객들이 많이 머무르는 야시장 근처 여행자 거리에서 약간은 거리가 있기에, 아무래도 여행을 소개하는 블로그나 추천지에서 이 가게가 아주 많이 추천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로변이 아닌 '여기 음식점이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드는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 끝자락 막다른 길에 음식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엔티안에서 장기로 거주하는 외국인과 현지인들에게는 이미 알려진 맛집인 듯했다.

내가 10시 30분쯤인 아침과 점심 사이 시간에 도착했음에도 몇 테이블의 외국인 손님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레스토랑이라고 불리기에는 그 규모가 여느 라오스 시내의 노점처럼 작아 보였지만,

질서 정연하게 놓인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다른 노점에서는 보기 힘든 잘 코팅된 메뉴판을 보면 레스토랑이라 불릴 만했다


그렇지만,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곳곳에, 그리고 식당 천장이 있다고 생각하기 힘든 식당 내부에 달려있는 갖가지 장식이었다.

하나하나를 보면 아주 멋진 조형물이나 장식이 아니지만, 질서 있는 듯, 어지럽혀져 달려있는 장식품들은 식당을 특색 있게 꾸며주는 듯했다.


작은 화분에 담긴, 조금은 가냘퍼보이는 화분과 꽃나무들은 식당이 마치 '에코 식당'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천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간간히 위를 바라보면 보이는 밝은 햇빛은 식당 내부의 약간은 어둡게 느껴지지만 어두컴컴하지는 않은 느낌을 주었다.





자리에 앉기 전 그 좁은 식당 내부를 살펴보고,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메뉴를 보는데,


보통 맛집이라고 불리는 식당은 전문적으로 하는 음식이 있기 마련인데,

여기는 음식의 종류가 너무 많다. 족히 50-60가지의 메뉴는 보인다.


다행히 영어로 쓰여있는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메뉴판을 들여다보다 결국,


- 저, 여기 오늘 처음 와보는데 추천해주실 음식이 있으신가요?

- 빵 종류는 이것 이것, 밥 종류는 이것 이것 이 잘 나가는 편이에요


식당 사장으로 보이는 분께 물어보고선,


음식을 주문한다.


평소엔 잘 먹지 않던 돼지고기 카레를 시켰다. 카레는 일 년에 5번을 먹을까 말까 한 나였지만 오늘은 사장님의 추천을 받아 주문한다.


사실 음식보다는 식당을 꾸미고 있는 조형물에 관심이 더 갔었고, 음식이 나오는 시간 동안 탄산수를 마시며 놓친 게 없나 다시 가게 안을 구경한다.




밥알이 꽤 꼼꼼하게 박혀있는 듯 보이는 쌀밥과 카레가 도착했다.

내가 알고 있던, 먹었던 카레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의 카레를 본다.


마치 카레 수프 또는 국처럼 보여, 카레에 밥을 말아먹는 건가 싶을 정도였지만,

먹는 방법이야, 밥을 카레에 넣는 것보다 카레를 떠서 밥에 얹어 먹는 게 일반적이지 않겠는가?


기름기가 좀 보이는 카레이길래, 혹시나 매울까, 혹시나 비린맛이 날까 싶어

작게 한 스푼 떠서 맛을 본다.



그리고, 그렇게 약 2-3분 만에 밥의 절반이 없어졌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말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카레를 즐겨 먹는 사람이 아니다. 아니 카레를 굳이 찾아먹지 않는다.

그런 내가, 이 카레는 감히 말하건대 최고의 맛이었다.

진정한 카레의 맛에 눈을 떴다.

내가 알 길은 없지만, 태국 제품의 인스턴트 카레를 썼건 말건 말이다.


맛을 조금 설명하자면,


코코넛 밀크를 넣은 듯 부드럽고
전혀 맵지 않고
기름기가 있는데 부드러운 기름기라 느끼하지 않고
고기는 관리가 잘 되었는지 싱싱한지 잡내가 없이 카레에 잘 어우러졌고
고구마와 당근은 너무나 달콤했고
국물이 많아 카레가 진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밥과 함께 먹거나, 빵을 찍어먹어도 될 듯했다


이곳 Kung's 카페는 조금은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음식 가격이 높지 않다. 아니 비엔티안에 있는 음식점 중에서도 저렴한 편에 속한다.


처음 메뉴판을 보았을 때, 음식 가격이 저렴해서 현지인과 장기 거주자들에게 유명한가 싶었다.


그런데, 음식 맛을 보고서는,

그 음식 가격과는 상관없이, 과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에도 나는 이곳을 자주 방문한다.

매번 다른 메뉴로 음식을 먹었고, 지금까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이곳 식당을 찾아가는 골목길 주변에는 집 문을 활짝 열어놓은 현지인들이 살고 있다.


사생활을 침해받느니,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걸 싫어할 법도 한데, 카페를 오가기 위해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간혹 길바닥에 없어져있는 개들만이 한 번씩 관심을 가져줄 뿐.


나는 이 카페가 좋다. 코로나 19 상황이 끝나고 다시 붐비게 되겠지만, 지금은 적당한 한적함이 좋고,


특정 음식이 유명한 식당이 아님에도 그 맛이 훌륭해서 좋다.


그리고, 폐업한 많은 맛집, 음식점들과는 다르게 코로나 19 상황을 나름 잘 이겨내, 사라지지 않고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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