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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Apr 29. 2021

생활 속 여행, 여행 속 생활

생활을 여행하다, 여행을 생활하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

문화 수준이 높아지고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마다 국내 여행과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어렸을 적에는 밖을 나다니기보다 집에서 흔히 말하는 랜선 여행을 즐겨했던 나였지만, 조금씩 여행의 묘미를 느끼면서 이제 여행은 나를 위한 하나의 보상이자 행사처럼 되어 버렸다.


여행에서 느끼는 새로움, 그리고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재미.

복잡하지 않게 여행하는 그대로의 휴양.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다양한 생각을 듣는 시간들.

상상조차 못 했던 것을 보게 되는 신비함.


등등, 여행을 통해서 인생을 배운다는 말을 실감하기도 한다.


많은 곳을 가보고 경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행동안 새로운 세상과 환경을 공감할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짧은 여행을 통해서 '즐기는 것'은 가능하지만 '느끼는 것'은 조금 부족할지 모른다.

이 '느끼는 것'은 내가 있는 곳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이해하는 것에서 끝난다.

대부분의 그룹 여행과 짧은 여행은, 이해하기도 전에 끝나버리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이 남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일 것이다. 다음에 다시 찾으리라는 여행객들, 또는 이번 여행은 별로였기에 또 다른 곳을 찾아보는 여행객들. 이 모든 것이 여행을 경험함으로써 오는 결과물이 아니겠나.




나는 여행하고 있다. 진행 중이다. 적어도 여행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사실, 생활하고 있다. 긴 생활을 말이다.


가끔씩 생각한다. 한국을 떠나 긴 생활속 여행을 보내고 있는데, 여행 같지 않다. 여행이라 표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있다면, 나는 언젠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생활 속 여행을 하고 있는 이 곳이, 비록 인생에서 긴 시간일지라도 언젠가 내가 다시 돌아갈 보금자리는 따로 있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생각하기에 긴 생활 속 여행 중인 것이다.


또 한 가지 여행하고 있다 말하는 이유는, 여전히 이 곳 생활을 이해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가끔씩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억지로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잠시 동안의 방문객, 여행객 그리고 이방인으로 말이다. 그래야만 생활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합리한 무언가를 바꾸려 하고, 노력하는데 바뀌지 않는 것에서 힘들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어쩌면 나는 마음 편하고자 생활을 여행하는 여행객이라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생활자가 되어 있음에도 말이다. 



사람들은 여행을 왜 좋아할까. 

익숙한 공간과, 익숙하게 봐왔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본다는 느낌. 재미. 그리고 몰랐던 것 알게되고 들었던 것을 확인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또 어떤 이에게는 맛있는 식도락 여행이 즐겁고 말이다. 

나 역시도 여전히 여행은 항상 새롭고 즐겁다. 그리고 여행을 하고 싶다.


생활을 여행한다니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어떤 이에게는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행을 생활하는 나에게 이 여행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적인 생활 속 여행은 다른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흥미를 조금은 떨어뜨릴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여행을 더 갈구하게 한다.


그런데, 요즘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지금은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나에게만 주어진 상황은 아니거니와 모든 이들이 같은 상황이고 심정일 것이다.

여행은 고사하고, 일이나 중요 업무에서도 차질이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새로운 곳을 찾아보고 느끼는 여행, 이런 여행보다,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리던 곳을 찾고 싶다.

익숙한 곳이지만 오랫동안 가보지 못한 곳. 오랫동안 보지 못한 소중한 사람들.

지금 가본다면, 만나게 된다면, 새로운 곳을 찾는 여행보다 더 즐거움을 느낄 텐데 말이다.


여행이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요즘 느낀다.

나를 기다리는 곳으로의 여행. 내가 익숙한 곳으로의 여행.

그곳으로의 여행이 그립다.


나는 여행을 생활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은 생활 속에서 여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생활 속 여행을 잠시 벗어나 익숙하게 생활한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


생활을 여행하고 있는 나, 요즘 시기에 여행이란 단어는 맞지도 않거니와 꺼내기도 조심스러운 단어이기도 하지만,

여행 가고 싶다. 새로운 장소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나를 기다려주는 사랑이 있는 곳으로 말이다.


행복을 의미하는 수많은 세 잎 클로버 속에서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느라 행복이 만연해 있는 것을 잠시 잊을지는 모르지만, 행복이 있기에 행운을 찾을 여력이 있는 것을 곧 알게되는 것처럼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여행 중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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